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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수출, 한국의 ‘빅파마’ 등장 위한 필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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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은 이어달리기, 한 회사가 완주 불가”…김용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바이오산업단장 [인터뷰]

한성주 기자 hsj@김용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바이오산업단장이 이달 25일 충북 오송 진흥원 내 사업단 사무실에서 본지와 만나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계의 기술거래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신약개발은 ‘이어달리기’라서 배턴을 주고받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김용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바이오산업단장은 제약·바이오업계의 기술거래를 ‘배턴 터치’에 비유했다. 후보물질이 1~3상 임상시험을 거쳐 허가와 출시에 이르기까지는 천문학적인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다. 이를 오롯이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손에 꼽으며, 국내에는 아직 없다는 것이 김 단장의 분석이다.

한국 기업들은 기술이전을 거듭하며 개발을 분업해야 한다. 신약 연구 경험을 축적한 기업이 점차 늘어나면, 한국에서도 존슨앤드존슨과 화이자처럼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빅파마’가 나올 수 있다. 이투데이는 25일 충북 오송 진흥원 내 사업단 사무실에서 김 단장을 만나 제약·바이오 기술거래 성과와 가능성을 내다봤다.

김 단장은 진흥원에서 26년째 수출, 기술평가, 지식재산권 연구 및 정책을 담당한 제약·바이오 시장 전문가다. 기술사업화팀장, 창의기술경영단장 등을 거쳐 2020년부터 제약바이오산업단을 이끌고 있다.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은 ‘압축성장’으로 요약된다. 특히 신약 개발과 기술수출의 역사는 30여 년에 불과할 정도로 짧다. 짧은 기간 빠르게 몸집을 불려 해외 선진국 시장을 바짝 추격했지만, 아직은 기업들의 기초체력이 부족하다.

김 단장은 “첫 번째 국산 신약인 SK케미칼의 항암제 ‘썬플라주’는 1999년 등장했으며, 한미약품이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글로벌 기업에 기술수출을 성사한 것이 1989년으로 불과 35년 전의 일”이라며 “지금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이 바이오시밀러를 전문으로 하면서 수조 원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업계는 유한양행을 필두로 연 매출 1조를 기록하는 기업들을 손에 꼽고 있었던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연구·개발 인력은 대부분 미국에서 유학하거나 경력을 쌓고 귀국한 인재들이었고, 미국에서 배운 노하우를 따라 국내 기업들이 발전해 나갔다”라며 “이 때문에 해외 빅파마들의 눈에 한국 기업들은 새로울 것이 없고, 혁신성이 다소 부족한 모습으로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계의 위상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한국 바이오텍들이 글로벌 빅파마와 ‘빅딜’을 성사시키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역사가 긴 제약기업들이 존재하는 국가와 비교해도 기술 수준을 근접하게 따라잡았다.

김 단장은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작년 말 얀센에 항체-약물 접합체(ADC) LCB84를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선급금 약 1억 달러(1385억 원)와 단계별 마일스톤을 포함해 총 17억 달러(2조3553억 원)에 달하는 빅딜이다”라며 “최근에는 오름테라퓨틱이 이달 초에 버텍스에 분해약물항체접합체(DAC) 개발 위한 이중 정밀 표적단백질 분해(TPD²) 플랫폼을 선급금 1500만 달러(207억 원), 총 9억4500만 달러(1조3092억 원) 규모에 기술수출했다”고 꼽았다.

기술수출 낭보가 증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권리반환 변수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입는 타격이 크다. 주가 급락은 물론, 해당 후보물질에는 잠재력이 없는 실패작이라는 낙인이 찍히기도 한다. 김 단장은 투자자들의 인식 변화와 기업의 발 빠른 대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의약품 개발 단계에서 효능이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면 권리반환이 될 수 있는데, 이는 의도하고 있었던 특정 효능이 부족한 것일 뿐 후보물질 자체가 가치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권리반환 시 기업은 신속하게 포지션을 바꿔서 후보물질의 개발을 이어가면 된다. 화이자의 비아그라,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 등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약들도 과거에 권리반환을 경험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기술수출 활성화 자체에 대한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될지 모르는 후보물질을 너무 빨리 내다 파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국내 기업이 개발을 완주해 자랑스러운 ‘국산 신약’을 더욱 많이 배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제약·바이오 업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나오는 기우라는 것이 김 단장의 설명이다.

김 단장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1~3상까지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20년 이상이 걸리며, 비용 역시 수조 원을 써야 한다”라며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완주하는 전략은 국내 기업들에는 적합하지 않으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도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산 신약 31호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2015년 미국 제노스코에서 후보물질을 도입해 개발하다가 2018년 다시 얀센에 이전해 완성된 기술수출의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기술수출을 활용해 국내 기업들이 기초체력을 단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한국 시장의 비중은 약 1.5%에 불과하고, 연 매출 5조 원을 달성하는 기업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라며 “혼자서 완주하는 마라톤보다는, 여럿이 이어달리기를 하며 노하우를 흡수하고 빅파마로 거듭나기 위한 기초체력을 다져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이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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