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글로벌 기술이전은 필수불가결 요소다. 파이프라인 다각화를 꾀하는 글로벌 빅파마들과 자금 수혈이 필요한 국내 기업들의 니즈가 맞아 떨어지면서 계약이 활발히 성사되고 있다.
30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은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99건의 기술이전에 성공했다. 정확한 금액을 공개하지 않은 사례를 빼고도 총 계약 규모는 44조 원에 이른다.
2017년만 해도 1조 원대에 머물던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기술이전 규모는 2020년 처음으로 10조 원을 넘으면서 급성장했다. 이듬해에는 총 37건, 금액은 14조 원을 돌파해 K바이오의 존재감을 확인했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8건의 기술이전을 기록했지만, 금액은 5조 원에 육박해 다시 10조 원대에 올라설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 둔화로 벤처 투자가 대폭 감소하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바이오기업들은 기술이전으로 숨통을 틔우고 있다. 실제로 2021년 1조6770억 원까지 늘었던 바이오 분야 투자액은 2년 만인 2023년 8844억 원으로 반토막났다. 이런 현실 속에서 기술이전은 후속 연구·개발(R&D) 자금을 충당하고 수익성을 확보할 기회다.
기술이전의 성공 여부는 글로벌 신약개발 트렌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모달리티(Modality·치료접근법) 중 하나는 항체약물접합체(ADC)다. ADC는 항체와 약물을 링커로 결합해 표적이 되는 암세포에만 작용하는 차세대 항암제다.
국내 ADC 플랫폼 강자 리가켐바이오(구 레고켐바이오)는 3년(2021~2023년)에 걸쳐 7건의 기술이전에 성공했다. 영국 익수다테라퓨틱스를 시작으로 글로벌 빅파마 얀센까지 이어진 빅딜에 계약 규모만 총 7조5000억 원에 이른다.
표적단백질분해(TPD) 기술도 주목받는 모달리티다. 화이자, 암젠, 머크 등 빅파마들이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오름테라퓨틱이 미국 버텍스파마슈티컬에 선급금과 타깃별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포함해 총 1조2000억 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국내 기업들이 기술이전 성과를 꾸준히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신규 모달리티를 전략적으로 개발하는 한편 유입된 자금으로는 R&D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빅파마들도 세분된 모달리티나 고도화된 기술을 더욱 눈여겨보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이전은 시작일 뿐 완성이 아니란 점도 기억해야 한다. 기술이전의 계약 규모는 확정된 계약금과 마일스톤으로 이뤄진다. 만일 개발 과정이 순탄치 않다면 마일스톤은 유입되지 않는다. 또한 기술이전이 활발해진 만큼 반환 사례도 늘고 있어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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