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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민생과 AI…두 마리 토끼 쫓는 해리스

이투데이 조회수  

공완섭 재미언론인


조 바이든의 중도 하차로 졸지에 사실상 대통령 후보로 등극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일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후보를 앞지르는 결과가 나오면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해리스에 대해선 별반 알려진 바가 없다. 외교는 물론 경제정책도 마찬가지. 자신의 방침을 내세울 위치도 아니었지만 이렇다 할 소신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존재감이 약했다.

그럼에도 2019년 선거 때 반짝 환심을 끈 적이 있다. 이른바 ‘새벽 시의 고민( 3AM Agenda)’이라는 광고로 주목을 끈 것이다. 자신의 어머니가 자기를 재우고 나서도 새벽 3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 적이 많은데, 중산층의 과중한 세부담과 전국민의료보험, 직장에서의 성불평등 같은 고민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중산층 정책 등 서민 대통령 “약속”

불면의 밤을 보내야 했던 어머니의 모습을 깊게 새긴 해리스. 그는 민주당 유력 후보가 되자마자 저렴한 의료 서비스, 육아지원, 유급가족 휴가 확대 등 서민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중산층과 민생 우선 정책을 표방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해 경제 분석가들은 해리스가 바이든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서민들과 노동자, 소상공인 계층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구체적이고 뚜렷한 정책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지만 국내 경제문제에 관해서는 대체로 바이든 2기의 틀을 이어갈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다만 바이든 정부에 합류하기 전부터 무역과 기후 문제, 첨단기업에 대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지지해온 것으로 알려져 향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건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에 대한 규제 여부다. 이에 대해서도 그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진영의 인공지능 정책 방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부통령 후보 J D 밴스. 그는 규제완화와 자유방임주의를 부르짖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기술 기업에 대한 규제와 반독점조치가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규제를 풀고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리스는 백악관에서 AI의 미래 방향에 대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다.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대기업 경영자들을 백악관으로 초대, 자발적 안전기준에 사인하도록 했다. 연방 정부가 AI기술을 사용하고 개발하는 방법을 끌고 가도록 하는 행정 명령도 주도했다. 의회에도 규제 입법을 촉구해 놓은 상태다.

인간과 유사한 챗봇과 생성형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종국에는 인간에게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이른바 종말론적 시나리오를 신봉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기술혁신과 개인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해야 하고,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현재 구글, 메타, 아마존,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은 감독 기관으로부터 반독점법 위반으로 고발당한 상태다. 백악관은 AI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되,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는 바이든의 방침을 해리스가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AI산업 육성 지원과 규제 병행할 듯

이 같은 빅테크 기업과 AI에 대한 해리스의 경계심은 그의 샌프란시스코 시절 경험과 인맥에서 비롯됐다. 법을 어긴 기업에 책임을 묻던 검사로서의 경험과 샌프란시스코에 뿌리를 두고 있는 기업, 투자 전문가들과의 인맥이 규제의 필요성을 갖게 해 준 것으로 보인다. 이들 인맥이 집권할 경우 해리스의 첨단 정보통신 산업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행한 연설에서 해리스는 “첨단 대기업들의 자발적 약속은 안전한 미래를 향한 첫걸음에 불과하다. 앞으로 더 많은 규제가 필요하다. 강력한 규제와 감독이 없으면 기업들은 고객보다 이익을 우선시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가 집권하면 중산층과 서민들을 위한 민생정책으로 자신의 어머니 같은 서민들이 마음 놓고 잠을 잘 수 있게 해 줌과 동시에 앞으로 수십 년 동안의 먹거리를 마련해야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Wanseob.kong@gmail.com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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