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에서 ‘친윤(친윤석열)계’ 인사인 정점식 정책위원회 의장의 교체 여부를 두고 당내 계파 사이에 물밑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권한에 따라 정책위의장을 ‘친한(친한동훈)’ 인사로 교체해야 최고위원회에서 주도권을 잡기가 수월해진다. 하지만 당내 다수인 친윤계와 통합에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어 한 대표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국민의힘 안팎에 따르면 한동훈 대표가 8월 초까지 정책위의장과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을 마치고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회 구성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는 한동훈 대표를 포함해 장동혁 수석최고위원과 진종오 청년최고위원에 지명직 최고위원까지 임명되면 4인이 친한계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비한계로는 김재원 최고위원과 김민전 최고위원, 인요한 최고위원 및 최고위원회의에 당연직으로 참석하게 되는 추경호 원내대표, 정점식 정책위 의장이 있다.
한 대표로서는 자신의 권한에 따라 임명할 수 있는 정책위의장의 자리를 친한계로 가져와야 9인으로 구성되는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서 과반인 5인을 확보해 안정적 정당운영을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위의장 교체여부가 주목받는 이유는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선임된 지 단 2개월여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친윤계와 갈등을 끝내고 당내 통합을 위해 한 대표로서는 정점식 정책위의장 교체를 놓고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계파색이 옅은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BBS 라디오 ‘함인경의 아침저널’에서 “정점식 정책위의장은 교체할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며 “맡은 지 2개월 밖에 안 된데다가 합리적으로 일을 잘하니 교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한동훈 대표 입장에서는 새 지도부가 출범했는데도 불구하고 최고위원회의에 한 자리를 차지하는 정책위의장을 자신의 사람으로 세우지 못한다면 안정적 당 주도권 확보에 어려움을 끼칠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새 지도부 출범 뒤 이전에 임명된 정책위의장이 자리를 지킨 전례도 없어 교체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친한계로 꼽히는 김경율 전 비대위원장은 “한동훈 체제를 공고히 하려면 논리적으로 교체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범친윤계에서는 당 대표의 정책위의장 교체권한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를 들어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범친윤으로 꼽히는 김재원 최고위원은 29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구체적으로 당대표가 어떤 당직에 임면권이 있는지 규정돼 있지 않다”며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국민의힘에서 정책위의장 임명과 관련해 논란의 여지가 생기는 것은 당헌당규의 2개 조항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당헌 68조 4항과 5항에 따르면 정책위의장은 당 대표가 원내대표와의 협의를 거쳐 의원총회의 추인을 받아 임명하며 임기 1년으로 규정돼 있다.
반면 당헌 25조 4항에는 당 대표는 당직자 인사에 관하여 임면권 및 추천권을 가진다고 돼 있다. 정책위 의장을 놓고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의견이 다를 경우 의견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이를 놓고 김재원 최고위원은 상임전국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받아보아야 한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 경우 한동훈 대표로서는 정점식 정책위의장을 교체하는데 절차적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친한계 내부에서는 정점식 정책위의장의 유임과 교체 여부를 두고 당내 물밑 논란이 일어나는 근본적 원인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채상병특검법에 부정적인 윤석열 대통령과 달리 한동훈 대표가 제3자 추천방식을 거론하면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당내 정책 수립 책임자인 정책위의장을 두고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동훈 대표의 러닝메이트로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책위의장 논란의 배후로 ‘용산 대통령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정책위의장은 당대표가 임명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여태까지 전례를 살펴보아도 정책위의장이 물러나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며 “정점식 의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본인의 소신 때문인지 아니면 용산에서 ‘절대 물러나지 마라’고 부여한 미션이 있었던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정책위의장까지 바뀌지 않는다면 한동훈 대표는 당내 정책을 두고 의원들과 문제를 논의하기 쉽지 않다”며 “예를 들어 채상병 특검법 문제도 제3자 추천 특검에 대한 주장을 한 대표가 했는데 이걸 만들어낼 연결고리가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조장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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