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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기관 전용 사모펀드(PEF)가 증권사의 부진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실적을 만회할 새로운 먹거리로 떠올랐다. PF를 직접 주관하는 것보다 리스크가 낮으면서도 투자수익과 운용수익을 모두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부동산 기관 전용 PEF는 우량한 PF에 자금을 투입하는 민간 펀드라는 점에서 정부의 ‘부동산PF 정상화 방안’에 부합한다. 증권사로선 정부의 정책 방향을 따르는 동시에, 저렴한 가격으로 우량 부동산PF에 투자해 수익을 낼 수 있다.
지난 2월 부동산 기관 전용 PEF를 조성·운용하고 있는 NH투자증권과 현재 펀드 조성 작업을 진행 중인 한국투자증권이 시장 선점에 한발 앞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KB·미래에셋·삼성·현대차증권 등도 관련 펀드 조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2000억원에 달하는 부동산 기관 전용 PEF를 조성하고 있다. 펀드 자금조달을 위해 국내 한 기관투자자(LP)에 1600억원 규모의 출자안을 올려 심사 중이다. 나머지 400억원은 한국투자증권과 한국투자캐피탈에서 집행할 예정으로 오는 9월 펀드 조성을 목표로 한다.
조성된 펀드는 현재 구조조정 중인 부동산PF 시장에 투자될 것으로 예상된다. 옥석 가리기를 통해 살아남은 부동산PF에 자금이 집행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NH투자증권은 올해 2월 증권업계 최초로 부동산 기관 전용 PEF의 운용을 시작했다. 펀드 규모는 2000억원으로 전체 출자규모의 60%는 농협금융그룹에서 공동투자했고, 나머지는 부동산 개발사와 공제회 등에서 출자했다.
리모델링·증축을 통해 임대료 상승 등 수익향상을 이끌어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밸류애드(Value-Add)’와 토지를 사들여 개발하거나, 부실자산을 저렴하게 매입한 후 준공해 기회비용을 극대화하는 ‘오퍼튜니스틱(Opportunistic)’을 투자전략으로 삼았다.
이 밖에 메리츠증권과 KB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현대차증권에서도 관련 펀드 조성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기관 전용 PEF는 증권사들에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 현재 증권사들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PF 거래가 크게 줄어든 데다, 기존 부동산PF에 대한 충당금 적립과 평가손실 확대 등으로 IB 부문 수익성이 악화했다. 이 때문에 증권사로선 새 먹거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실제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인 NH투자증권, KB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의 2분기 영업실적(잠정)을 살펴보면 위탁매매와 자기매매·세일즈앤트레이딩, 자산관리 수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지만, IB 부문 실적은 부진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 신한투자증권의 2분기 IB 수익은 각각 901억원, 651억원, 436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2%, 41%, 23.1% 줄었다.
부동산 기관 전용 PEF는 직접 PF를 주관하는 것보다는 위험도가 낮으면서도 운용과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시장 선점에 나선 이유다.
여기에 정부의 부동산 PF 정상화 방안의 수혜도 기대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우량한 PF자산을 매입해 공사를 진행할 경우, 큰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NH투자증권 부동산 기관 전용 PEF의 투자전략 중 오퍼튜니스틱에 해당한다.
특히 기한이익상실(EOD)에도 펀드운용사가 출자자의 추가 자금출자 없이 고유계정을 활용해 자금을 투입할 수 있어, PF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투자 성과 기대감을 더욱 키운다.
NH투자증권은 “국내 1호 부동산 PEF를 통해 국내에서의 시장지배력을 확보함으로써, IB부문의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 나갈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펀드 조성은 아직 진행 중인 상황으로 구체적인 내용들은 확인할 수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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