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경·공매시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졌다. 서울 집값 상승 전환 이후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아파트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 모습이다.
30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매각률(경매 건수 대비 매각 건수 비율)은 50.18%로 절반을 넘어섰다. 경매 시장에 나온 아파트 물건 중 50% 가까이가 매각됐다는 뜻이다.
지난달 기록한 서울 아파트의 매각률은 올해 상반기(1~6월) 기록한 가장 높은 매각률이다.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매각률은 41.67%로 집계됐지만 한 달 뒤인 2월 36.79%, 3월 37.66%로 40% 아래로 떨어졌다. 다만 2분기 들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아파트 매각률은 4월 47.59%→5월 44.22%→6월 50.18%로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비(非)아파트에 해당하는 다세대 주택·오피스텔 등의 매각률은 30%대를 유지했다. 서울 아파트가 경매 시장에서 절반 가까이 팔리는 동안 비아파트는 10채 중 3채만 팔린 셈이다.
비아파트 중에서는 오피스텔의 매각가율이 35%로 높았고 다세대(생활주택) 주택이 33.96%로 그 뒤를 이었다. 다가구 주택은 7.69%에 그쳤다. 전세사기 등으로 수요가 급감한 다가구 주택은 최초 감정가보다 40% 가까이 떨어진 매각가에 낙찰된 사례도 나왔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다가구 주택은 최초 감정가가 19억5993만원이었다. 하지만 최종 낙찰가격은 13억6000만원으로 첫 감정가 대비 35.9% 하락한 가격에 새 주인을 찾은 것이다.
주거용 오피스텔도 상황은 비슷했다.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있는 오피스텔 1가구는 최초 감정가가 8700만원으로 책정됐지만 응찰자가 없어 한 차례 유찰된 뒤 6960만원에 낙찰됐다.
반면 아파트는 감정가보다 높거나 동일한 가격으로 낙찰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월 서울에서 매각된 137건 중 19건(14%)은 감정가보다 높거나 같은 가격에 주인을 찾았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롯데캐슬아르떼’ 전용면적 84㎡ 1가구는 지난 1월 감정가가 20억7000만원으로 책정됐는데, 실제론 23억50만원에 낙찰됐다. 2억3000만원 오른 가격에 팔린 것이다. 성동구 금호동 ‘금호자이’ 전용 117㎡ 1가구는 감정가 16억3000만원에 책정됐는데, 단 한 차례의 유찰 없이 16억4009만원에 낙찰됐다.
매각가율(감정가 대비 낙찰된 금액의 비율, 낙찰가율)에서도 차이는 크게 벌어졌다. 아파트의 경우 매각가율은 91.36%에 달했다. 하지만 다세대(생활주택) 주택(78.59%)을 비롯해 오피스텔(82.25%), 다가구 주택(85.58%) 등은 아파트보다 낮은 매각가율을 기록했다.
경기·인천지역에서도 서울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경기 아파트의 매각률은 46.22%로 집계됐지만, 주거용 오피스텔의 경우는 22.01%, 다가구주택은 12.50%, 연립주택은 20%에 그쳤다. 매각가율도 아파트는 86.88%로 낙찰됐지만 △다세대(생활주택) 69.52% △오피스텔 74.30% △다가구주택 52.90% 등을 기록하며 80%를 크게 밑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매 시장에서도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가격 상승에 따른 매매 차익 기대감이 있냐, 없냐의 차이”라며 “아파트는 시장성이 있고 비아파트는 시장성이 없다고 보는 것의 결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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