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 다음 물결은 로봇이고, 가장 흥미로운 발전 중 하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 컴퓨터 그래픽 콘퍼런스 시그라프(SIGGRAPH)2024에서 이같이 말했다. AI 칩 분야를 장악한 엔비디아는 차세대 핵심 분야로 인간과 비슷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점찍고, 본격적으로 공략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이날 젠슨 황 CEO는 ‘엔비디아 인퍼런스 마이크로’(NIM) 소프트웨어의 최신 버전을 공개하며 “우리는 엔비디아의 전체 로보틱스 제품군을 발전시키면서 전 세계 휴머노이드 개발자와 기업들이 자신의 필요에 가장 적합한 플랫폼과 가속 라이브러리 및 AI 모델을 사용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NIM 소프트웨어는 이름 그대로 여러 가지 작은 AI 서비스를 모아 하나의 레고 블록처럼 붙인 것으로, 특정 목적을 위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처리해 주는 서비스다.
생성형 AI를 원활하게 구동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검색 정보 등을 사용자가 직접 조율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고객사들은 이와 관련된 전문 지식이 없기 때문에 엔비디아가 수수료를 받고 이를 대신 해결해 주겠다는 것이다.
NIM 소프트웨어는 그래픽 프로세서(GPU)당 1년 사용 비용이 4500달러(약 620만원)인 ‘엔비디아 AI 엔터프라이즈’ 제품에 포함되어 있다. 이 제품은 엔비디아의 하드웨어상에서 구동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엔비디아가 NIM 소프트웨어를 처음 공개한 것은 지난 3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에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최신 버전에는 로봇 시뮬레이션 등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엔비디아 측은 이에 대해 “휴머노이드 개발을 가속화하는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엔비디아는 이날 시그라프에서 다단계 로봇 작업 실행에 필요한 오스모(OSMO) 서비스의 최신 버전도 공개했다. 이는 로봇의 작업 훈련과 시뮬레이션 워크플로를 대폭 간소화하는 서비스로, 로봇 개발·배포 시간을 종전에 수개월씩 걸리던 것에서 일주일 이하로 단축할 수 있다고 엔비디아는 설명했다.
따라서 글로벌 빅테크들이 잇따라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에 진출하고 있는 가운데 엔비디아는 AI 분야 강점을 바탕으로 로봇 시장까지 선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실 엔비디아는 이미 3월 콘퍼런스에서 로봇 개발에 대한 포부를 드러낸 바 있다. 당시 젠슨 황 CEO는 기조연설 후반부에 자사 AI로 훈련시킨 휴머노이드 ‘오렌지’와 ‘그린’을 ‘깜짝’ 등장시켰고, 이는 엔비디아가 로봇 시장을 정조준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평가받았다.
당시 젠슨 황 CEO는 “미래에 움직이는 모든 것은 로봇이 될 것”이라며 휴머노이드 개발을 위한 플랫폼 ‘그루트 프로젝트’도 공개했다. 그루트(GR00T)란 범용 로봇 기술(Generalist Robot 00 Technology)을 의미한다. 인간과 같이 다양한 작업을 해낼 수 있는 로봇 기술이라는 뜻이다.
한편 젠슨 황 CEO는 이날 시그래프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대담도 가졌다. 세계 정보기술(IT)업계를 이끄는 두 사람이 대중 앞에서 공개적으로 대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이목이 집중됐다. 두 CEO는 서로를 향해 “AI 기술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며 상대방 업적을 치켜세웠다.
이날 대담에서 저커버그 CEO는 애플의 폐쇄적인 생태계를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했는데, 젠슨 황 CEO도 이에 동감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며 엔비디아와 메타의 동맹 관계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초 저커버그 CEO는 연말까지 엔비디아의 H(호퍼)100칩을 35만개 구입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3월 ‘유니폼 교환(Jersey Swap)’이라며 서로 외투를 바꿔 입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인 두 사람은 이날도 재킷을 바꿔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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