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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LFP에 투자했어야 했는데!”
K-배터리 1위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의 2분기 성적표가 공개됐습니다. 전기차 캐즘의 영향으로 회사는 영업이익 1953억원이라는 결과를 냈습니다. 지난해 동기보다 57% 하락한 금액입니다. 실적 하락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같은 기간 중국 배터리 기업인 CATL의 순이익은 4조4000억 원입니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이 비중국 시장점유율 1위를 CATL에 내준 뒤,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격차를 벌려가고 있습니다.
결국 캐즘을 지나 전기차로의 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변함 없지만, 헤게모니를 빼앗기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과거 배터리 1등 수출국이던 일본이 한국의 공세에 스러졌던 것을 상기한다면 말이죠.
LG에너지솔루션이 과거 중국 기업의 성장세를 눈여겨보고, 선제적으로 LFP 배터리 생산에 나서야 했다는 반성도 나옵니다. 한국 기업들이 주력해온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는 주행거리 등 성능이 뛰어나지만 기술장벽이 높습니다. 중국 기업이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 바람에 손 놓고 추격을 허용했다는 것입니다. 최근 몇 년간 전기차 트렌드는 프리미엄에서 보급형으로 바뀌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LFP 배터리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LFP를 주력으로 해온 CATL 등 중국 업체들은 빠른 속도로 기술력을 올려 시장을 점령했죠.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 LG에너지솔루션도 LFP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기존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고전압 미드니켈 NCM 제품에 LFP를 더해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겠다는 전략입니다.
중국 기업들이 주로 생산하는 ‘각형’ 보다 무게가 가볍고 에너지효율이 높은 ‘파우치형’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입니다. 파우치형은 각형에 비해 열 전이에 약하다는 맹점이 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열 전이 방지 띠를 둘러 이를 보완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르노와 39GWh 규모의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여러 고객사들과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중국 당국의 보조금 공세에 맞서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숙제입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소재기업과의 합작으로 단기간에 가격을 낮추는 방법도 고려중입니다. 3년 내 중국 경쟁사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LFP 제조 비용을 낮춰 유럽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기술력은 충분하다”는 자신감을 보입니다. 과거 일본의 추락을 답습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보이는데요. 고객사들의 생산량 조절로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이 기지개를 펴기 시작하면 약진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로 캐즘을 버틸 먹거리는 마련돼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프리미엄부터 보급형 차량까지 아우르는 배터리 강자로 재도약할 수 있을까요.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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