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정점식 정책위의장의 교체 여부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이와 맞물려 한 대표의 향후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63%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된 대표이지만, 전당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친윤’(친윤석열)과 ‘친한’(친한동훈) 계파 갈등이 깊어진데다 제3자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 등이 뇌관으로 남아 있다.
30일 여권에선 정 의장의 교체 여부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갔다.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은 SBS 라디오에 나와 “백지에서 새로 시작하게 하는 게 맞지 않을까”라면서 정 의장을 교체해야 한다는 말을 전했다. 반면 김재원 최고위원은 같은 방송에서 “대표가 정책위의장을 바꾸려고 하고, 임기 1년 규정이 있는 정책위의장이 물러서지 않을 경우에는 굉장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상임 전국위원회에 가서 당헌을 해석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제3자 추천의 ‘채상병 특검법’을 두고서도 속도 조절에 들어간 모습이다. 한 대표는 26일 “제 입장은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도 “당내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설명해 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29일 MBN 인터뷰에서도 “당의 민주적 절차를 통해 잘 설명하려고 한다”며 “내용을 진솔하게 설명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저희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길을 찾겠다”고 했다.
친한계 인사들도 특검법이 폐기됐기 때문에 먼저 발의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박 비서실장은 “민주당이 올렸던 법은 종결됐고, 민주당이 어떻게 하는지 볼 것”이라며 “전체 상황을 보는 게 맞지 않나 한다”고 했다. 신지호 전 의원도 29일 채널A 라디오에서 “두 번이나 폐기됐는데 세 번째 시도를 어떤 모습으로 하는지, 어떤 수를 갖고 나오는지 한번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먼저 선수 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러한 행보에 정치권에서는 2014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김무성 대표 때와 닮은꼴이라는 말도 나온다. 두 사람은 민심과 당심을 등에 업고 이른바 ‘주류’ 세력을 따돌리고 당선된 대표다. 한 대표와 마찬가지로 김 전 대표도 전당대회 당시 60%에 육박하는 높은 지지율로 당선됐고,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했다. 두 사람 모두 대통령 임기를 3년 앞둔 상황에서 여당 대표직에 당선됐다는 공통분모도 있다.
“할 말 하는 당대표가 되겠다”던 김 전 대표는 처음 약속과는 달리 박근혜 정부와 갈등을 반복했다. ‘김무성 1기 체제’에서는 “친박 밀어내기”라는 반발이 일만큼 김 대표 측근들로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을 구성했지만,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직에서 물러나면서 친박(친박근혜)계가 대거 기용됐다. 이후 김 전 대표는 공천 파동, 2016년 총선 패배 등을 겪었다.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29일 MBC 라디오에서 “정 의장을 유임하느냐 마느냐 갖고 벌써 줄다리기 시작한 거 같다”며 “정책위의장이 안 빼고 몽니 부리는 것, 이런 것도 참 특이하게 초반 기싸움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경율 전 비대위원는 같은 날 CBS라디오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잔잔한 파도 위를 순항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친한계 관계자는 “용산과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면서 “수면 위로 드러난 채상병 특검법 외에 충돌하는 지점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한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한 대표가 차기 대권을 고려해 윤 대통령을 배신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전 위원장은 12일 CBS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잘돼야 다음 대선에서 희망도 가질 수 있지 윤 대통령이 잘못되면 국민의힘은 다음 대선에 희망이 없다”며 “한 후보가 대통령을 배신할 거라고 하는데, 배신할 수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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