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심민현 기자] 국내 카드사들은 지난해 고금리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 연체율 증가 등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핀테크 및 휴대폰 제조사의 간편결제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나날이 커지면서 본업인 결제 시장에서도 존재감이 흐릿해지는 복합적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를 중심으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신한카드, 해외공략으로 업계 1위 지킨다
실제 업계 1위 신한카드는 2014년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 첫 해외법인을 설립한 이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으로 외연을 넓히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신한카드가 해외진출국 가운데 유독 공을 들이는 국가는 바로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개발도상국이 집중돼 있는 동남아 국가들 중에서도 특히 젊은 층 비율이 높고 빠른 경제 성장이 이뤄지고 있어 향후 카드 사용 인구, 대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9950만명 베트남 인구의 평균 연령은 32세에 불과했고 경제 성장률은 약 6.5%로 세계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같은 기간 대한민국의 평균 연령이 45세, 경제 성장률은 약 1.4%인 것을 고려했을때 베트남 시장의 엄청난 잠재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
기업계 카드사 삼성카드가 1위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 역시 신한카드가 베트남 등 해외진출에 열을 올리는 또 다른 이유다. 신한카드는 올해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19.7% 증가한 379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삼성카드는 같은 기간 24.8% 증가한 362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의 순익 격차는 2020년 말 2000억원에서 2021년 1200억원, 2022년 220억원, 130억원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신한카드는 삼성카드와 줄어드는 격차를 해외시장에서 만회하려 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2015년 중국 진출을 선언한 바 있지만 이후 해외진출과 관련해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카드 입장에선 지금 당장의 이익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베트남 등 해외시장이 미래의 캐시카우라는 확신이 있기에 꾸준한 투자와 현지화 노력을 이어간다면 국내 실적과 시너지를 일으켜 머지 않은 시기에 다시 압도적인 1위로 치고 나갈 수 있다는 복안이다.
다만 올해 1분기 베트남 성적표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신한카드 베트남 현지법인 ‘신한베트남파이낸스(SVFC)’는 지난해 44억원 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선 뒤 1분기에만 52억69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2019년 신한카드 자회사로 편입된 SVFC는 호치민, 하노이 등 대도시 위주의 우량 고객군 대상 신용대출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2019년 183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이후 2020년 227억원, 2021년 65억원, 2022년 173억원 등 꾸준히 흑자를 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부터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경제 상황이 악화됐고 그 여파가 올해 1분기까지 이어졌다. 지난 몇 년간 베트남 경제는 높은 성장세를 지속해왔지만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 탓에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면서 침체 국면에 접어든 탓이다.
하지만 신한카드의 올해 베트남 법인 전망이 마냥 부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베트남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데다 실적 부진에도 현지 법인 투자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신한카드는 지난해 천영일 SVFC 법인장을 새롭게 영입해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천영일 법인장은 2014년 설립된 신한카드 첫 해외법인 신한파이낸스(카자흐스탄)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그는 2020년 말 289억원이던 신한파이낸스 자산을 지난해 3분기 1094억원으로 끌어올린 바 있다.
SVFC는 최근 미쓰이스미모토은행, 우리은행과 2년물 신디케이트론(공동 대출) 약정을 맺기도 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딜사이트경제TV에 “현지 법인 사업성을 인정받아 550억원 규모 차입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신디케이트론을 통해 마련된 운영자금은 베트남 소매금융 사업 확대에 사용될 예정이다.
롯데카드, 베트남 시장서 올해 첫 연간 흑자 기대
신한카드 뿐만 아니라 업계 5위 롯데카드도 베트남 시장에 힘을 싣고 있다. 기업계 카드사 중에선 유일하게 해외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롯데카드는 2018년 3월 베트남 ‘테크콤 파이낸스’ 지분을 100% 인수하면서 국내 카드사 최초로 베트남 소비자금융 및 신용카드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12월 사업을 시작했다. 당초 중국과 인도네시아에도 진출했지만 2019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를 인수하면서 모두 정리했다.
2022년부터 롯데카드 매각을 시도하고 있는 MBK파트너스로서는 빠른 시일 내 베트남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뚜렷한 상황이다. 매각에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은 데다 인수 후보자들에게 인수 후에도 베트남이라는 확실한 해외시장을 확보하고 있다는 안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카드는 지난 5월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에 6800만달러(약 93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완료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이는 베트남 사업을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다.
또 지난 4월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몰,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한 ‘롯데 베트남 PLCC’ 카드를 출시했고 현지 이머커스 2위 사업자 티키(Tiki), 잘로페이와 업무제휴를 맺고 BNPL(선구매 후결제) 서비스도 선보였다.
신용정보가 체계적이지 않은 베트남에서 자체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한 것 역시 호평받고 있다. 현지 금융사는 소득, 직업 등 특정 조건만을 따져 대출 금리를 적용하는 반면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은 소득 등 기본 정보뿐 아니라 근무 기간, 대출 정보 등 10개 이상의 지표를 사용해 베트남 고객 신용도를 지수화했다.
공격적 투자에 대한 성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지난달 베트남 진출 6년 만에 처음으로 5억원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올해 처음으로 연간 흑자도 전망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딜사이트경제TV에 “베트남 현지에서 신한, 롯데카드의 광고, ATM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며 “현재 업계 판도를 바꿀 만한 이익을 가져다 주지 못하지만 머지 않아 베트남 시장이 두 회사의 미래를 이끌 ‘캐시카우’가 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