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제도 개선과 불법 공매도(空賣渡) 조사,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 증권신고서 심사 등 자본시장의 굵직한 현안을 담당하는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퇴임했다. 해당 임원이 짐을 싼 후 곧바로 후임자가 지명되지 않아 한동안 공석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달 26일 김정태 금감원 공시·조사 부문 부원장보가 퇴임했다. 부원장보는 금감원에서 원장과 부원장 다음으로 높은 직급이다. 김 부원장보는 2022년 8월에 3년 임기로 임명됐다. 그가 임기를 3분의 2만 채우고 퇴임한 배경은 전해지지 않았다. 다만 금감원 내부적으로는 김 부원장보가 곧 떠난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그간 대부분의 금감원 임원이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떠났기에 이번 퇴임도 이례적인 사례는 아니다. 문제는 김 부원장보가 맡아온 공시·조사 부문에 중요 업무가 산적한 상태라는 점이다.
IPO 제도 개선이 대표적이다. 이 이슈는 반도체 설계 기업 파두가 뻥튀기 상장 논란에 휩싸이면서 시장 관심이 커졌다. 지난 5월 금감원은 IPO 주관사(증권사)가 발행사(상장 준비 기업)에 휘둘리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고, 공모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IPO 주관 업무에 이어 거품 논란이 끊이질 않는 수요예측 제도도 대폭 개선할 계획이다. 수요예측이란 IPO 전 주관사가 가격을 결정할 능력이 있는 기관 투자자에게 발행사의 적정한 공모가를 묻는 과정이다. 수요예측이 제 역할을 하면 적정한 공모가로 상장하기 때문에 상장 첫날 발행사 주가가 공모가보다 수백퍼센트 뛸 일이 없다.
개인 투자자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공매도 조사도 공시·조사 부문의 업무다. 작년 10월 BNP파리바·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의 560억원 규모 불법 공매도를 적발한 게 공시·조사 부문의 조사국 직원들이었다. 현재 조사국은 국내 공매도 거래 상위 글로벌 IB 14개사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 중이다. 이들의 공매도 거래량은 외국인 전체의 90% 이상이다.
최근 들어서는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건이 김 부원장보 업무로 추가된 바 있다.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로 넘겨 상장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지난 24일 공시·조사 부문 산하 공시심사실은 두산로보틱스가 공시한 증권신고서에 중요사항이 자세히 기재되지 않았다며 정정을 요구한 상태다.
한편 금감원 측은 김 부원장보 후임 인사와 관련해 “후임자와 정확한 인사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여러 인물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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