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과열되고 있는 가운데 3년 전 ‘불장’ 때와는 다르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3년 전에는 통화량(M2· 시중에 풀린 통화량을 표현할 때 사용되는 지표) 증가율이 두 자릿 수에 이르며 전국 부동산 가격이 오름세를 보였다. 현재는 M2의 증가율이 5%대에 머물며,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가 뚜렷한 장세다.
30일 한은에 따르면 현금화가 쉬운 통화량(M2)은 지난 5월 기준 4008조6558억원으로 1년 전보다 5.9% 증가했다. M2 증가율은 올 1월까지만 해도 3.0%에 불과했지만 2월 3.4%, 3월 5.0%, 4월 5.7%로 오르는 추세다. 다만 우리나라 부동산이 전국적인 상승장이었던 2021년에는 내내 두 자리 수를 유지했다. 2021년 12월 M2 증가율은 13.2%에 이르렀다. 폭락장이었던 지난해엔 2~4% 수준 그쳤다.
M2는 현금통화를 비롯해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 머니마켓펀드(MMF), 만기2년미만 정기예적금 등을 포함한다. 국내에서는 은행의 대출량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2021년 당시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2%대의 저금리를 유지했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대를 훌쩍 넘어섰다가 올해 5월 기준으로는 3.91%로 내려왔다.
급여생활자인 일반인이라면 여전히 대출을 통해 집을 마련하기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자금조달 여건이 한정적인 만큼 부동산 투자 자금이 수익률이 보장된 서울로 집중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이달 서울의 주택매매가격은 전월대비 0.42% 상승했다. 수도권은 0.18%로 서울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방의 경우에는 여전히 하락세다. 5개 광역시는 0.22%, 기타지방은 0.07% 내렸다.
전문가들은 금리인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통화량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상승세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금리인 금융채 5년물(AAA) 금리는 지난 29일 기준 3.239%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현재는 대출금리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자산가들과 정책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일부 계층이 만들어내는 서울 중심의 상승장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정해져 있는 한 금리가 낮아진다 하더라도, 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금은 과열장의 초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대출금리가 더 내려가게 되면 여타 지역으로 상승세가 확산될 수 있다”고 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이번 상승장은 서울·수도권에 국한될 것이라고 보는데, 그 이유는 DSR규제 때문”이라면서 “중앙은행의 금리인하로 대출금리가 내려간다 하더라도 통화량 증가로 인한 부동산 상승세 확산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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