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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인의 반걸음 육아 30] 한 손엔 엄마, 한 손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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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김혜인] 아이는 아침에 일어나면 자기 잠자리에서 이불 세 개를 낑낑대며 끌고 나온다. 애착 이불이 세 개나 되는 까닭이다. 사연인즉 이렇다.

아이 베개로 쓸 만한 게 적당하지 않아서 낡은 흰색 이불을 접어서 잠자리에 두었다. 아이는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잘 뿐, 이불을 베거나 덮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그 이불을 조몰락거리기도 하고 입술에 대어 보기도 하더니 그걸 애착 대상으로 삼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을 끌고 거실로 나와서 늘 먹고 노는 자리에 두었다. 외출했다가 돌아왔을 때도 제일 먼저 방으로 들어가서 이불에 얼굴을 파묻었다가 거실로 들고나왔다.

아이가 집에서 이불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니 이불 세탁을 자주 하게 되었다. 마침 같은 종류에 색깔만 다른 이불이 있었다. 보라색이었다. 두 개를 교대로 쓰면 좋겠다는 생각에 보라색 이불을 주었더니, 아이는 조금 탐색하는 듯하다가 곧 익숙한 감촉에 좋아했다. 다행이라 여기며 보라색 이불만 남기고 흰색 이불을 세탁기에 넣으려 하자, 아이가 두 이불을 모두 움켜쥐며 울었다. 이불 두 개를 교대로 사용하려던 계획은 틀어졌다. 게다가 여름이 되어 좀 더 얇은 이불로 바꿔 주고자 했더니, 그것까지도 애착 대상으로 삼았다.

아이는 아침에 일어나면 이제 손이 부족한 듯 내게 이불을 들게 하고 자기는 인형을 안고 나온다. 오래전부터 잠자리에 놓아두었던 봉제 인형인데, 이것도 애착 대상이 된 듯하다. 애착 대상은 하나가 다른 하나로 대체되지 않은 채 계속 추가만 되었다.

저녁이 되어도 무더운 여름날, 아이 손에 이끌려 세 식구가 산책을 나서는 풍경도 이와 비슷하다. 남편이 육아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우리가 기대한 것은 서로 교대해서 아이를 돌보는 것이었다. 한 시간만이라도 남편이 아이와 외출하면 나는 그동안 쉬거나 집안일을 할 수 있겠다고 기대했다.

그런데 아이 마음은 달랐다. 아이는 한 손은 엄마 손을, 다른 한 손은 아빠 손을 잡았다. 엄마랑만, 혹은 아빠랑만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모든 것을 엄마도 아빠도 함께해야 했다. 남편이 아이와 놀아주고 있어도 나는 요리를 할 수 없고 내가 아이와 놀아주어도 남편은 컴퓨터 앞에 앉을 수 없었다. 예전엔 엄마랑 둘이서만 자는 게 일상이었지만 이제는 아빠도 있어야 했다. 덕분에 나는 남편이 아무리 코를 골아도 거실로 내쫓을 수 없게 되었다.

아이는 자주 만나는 제 할머니, 삼촌에 대한 애착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 예전엔 내가 화장실에 가는 것만 싫어했는데, 이제는 할머니가 화장실에 갈 때도 아이가 울면서 문을 못 닫게 해서 고부간에 민망한 상황을 만든다. 얼마 전 삼촌이 왔을 때는 엄마, 아빠, 삼촌 손을 모두 잡기 위해 엄마와 아빠 손을 포개어 자기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으로 삼촌 손을 잡았다.

오늘도 우리 부부는 둘 다 지친 얼굴로 아이 손에 이끌려 밖을 나섰다. 재작년 말쯤에 언니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웃음이 없고 늘 울기만 하는 아이를 보며, 언니에게 우리 아이도 언젠가 행복하게 웃을 수 있을까를 물었다. 언니는 내게 “엄마, 아빠 다 있지, 이모 있지, 할머니 있지. 앞으로 행복할 날만 남았지”라고 말했다.

가운데에 서서 한 손엔 엄마, 다른 한 손엔 아빠를 잡고 걷는 아이는 지금 아마도 행복하겠다.

|김혜인. 중견 교사이자 초보 엄마. 느린 아이와 느긋하게 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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