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르면 9월부터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유인도 커지고 있다.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란 금리가 낮은 국가에서 돈을 빌려 높은 금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즉 기준금리가 0%대인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미국 등 타국에 투자하는 걸 엔 캐리 트레이드라고 한다. 미·일의 금리 차이가 현재 5.4%포인트(p) 수준이라 해당 거래가 활발하다. 이를 청산한다는 건 두 국가의 금리 차이가 줄어들어 수익도 감소할 것 같으니 투자자가 자산을 팔아 본국으로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뜻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2000년대 중반에도 유행한 적 있다. 당시 일본은 경기 침체가 이어지자 기준금리를 0.25% 수준으로 유지했고, 미국·유럽 등 주요 국가는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가 발생했다.
이처럼 캐리 트레이드는 나라 간 금리 차이에 기초하는데, 추가로 고려해야 할 것이 환율이다. 예컨대 미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이 100엔에서 200엔으로 오르고 이 기간에 1000엔만큼 달러에 투자했다면, 투자 수익은 1000엔(2000-1000엔)이 된다. 이 환율이 오를수록, 즉 엔화 가치가 낮아질수록 엔 캐리 트레이드에서 한몫 챙길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환율이 내릴수록 엔 캐리 트레이드는 손해를 본다.
이 맥락에서 낮은 엔화 가치에 문제를 제기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사실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부추기는 포인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엔화 가치가 뛰면서(미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 하락) 엔 캐리 트레이드의 투자 매력은 낮아질 수 있다.
지난 4월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34년 만의 엔저는 미국에 엄청난 재앙”이라며 “(미국) 제조업은 (일본과) 경쟁할 수 없어 많은 사업을 잃거나 외국에 공장을 짓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다만 증권가에선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강도가 예상보단 세지 않을 것이라며 기우(杞憂)라는 분석도 나온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미국이 일본 대비 경기·금리가 양호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선 통화정책 정상화(금리 인하) 기대도, 일본 엔화 강세에 대한 기대도 낮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대상도 고려해볼 요소다. 2000년대 초반과 2013년 아베노믹스(일본 전 총리인 아베 신조가 시행한 경제정책으로, 과감한 금융 완화와 재정 지출 확대가 골자) 당시엔 브라질 등 고금리 신흥국에 대한 익스포저(노출액)가 높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신흥국 자리를 미국이 대체했다.
권 연구원은 “유의미한 유동성이 본국으로 회귀하기 위해선 미국채를 팔고 돌아갈 만큼의 가파른 자국 금리 상승 베팅이 이어지거나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 축소가 전제 돼야 한다”고 했다. 권 연구원은 “높아진 국가부채 비율 등으로 일본 엔화의 지위가 예전과 같지 않다”며 “안전자산 선호, 고금리 신흥국 이탈 등과 맞물린 과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시나리오는 재현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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