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반 년간 2조원 넘게 증가
부동산PF 사업성 평가 강화 영향
국내 5대 금융그룹이 떠안고 있는 부실채권이 올해 들어 반년 동안에만 2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12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장기화로 대출자들의 빚 상환 여력이 갈수록 악화한 영향이다.
아울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평가 기준이 강화되면서 악성으로 분류된 채권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연중 내내 높은 수준의 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도 부실 리스크에 대한 부담은 지속될 전망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의 고정이하여신은 올 2분기 말 기준 12조253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3188억원(23.3%) 늘었다.
금융사는 대출채권 상태를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로 구분한다. 이중 고정이하여신은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을 묶어 구분하며 3개월 이상 연체돼 사실상 떼인 돈으로 볼 수 있다.
금융그룹별로 살펴보면 우리금융이 2조1480억원으로 58.3% 늘어나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신한금융(2조8120억원·28.8%), KB금융(3조920억원·23.3%), 하나금융(2조3670억원·19.5%)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농협금융만 1조8347억원으로 3.7% 감소했다.
이처럼 부실채권이 급증한 배경엔 길어지는 고금리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1월까지 10차례 연속 인상해 3.50%로 급격히 끌어올렸다. 이에 가계와 기업이 감당해야 하는 금융 비용이 치솟았고 경기 둔화에 따른 매출 감소로 채무 상환 여력이 빠르게 악화했다.
여기에 더해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강화하면서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물량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5월 부동산 PF 연착륙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금융사는 PF 사업성 평가 등급을 기존 ▲양호 ▲보통 ▲악화 우려 등 3단계에서 ▲양호 ▲보통 ▲유의 ▲부실 우려의 4단계로 세분화했다.
앞으로도 부실화는 계속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오는 9월 금리 인하를 시작하면서 우리나라도 10월에는 보조를 맞출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금리 레벨 자체가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자영업·소상공인들의 채무 상환 어려움을 가중하는 요인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2% 감소했다. 이 같은 역성장은 지난 2022년 4분기(-0.3%) 이후 여섯 분기 만이다.
박장근 우리금융 최고리스크담당자는 최근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고정이하여신이 증가한 것은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책준형 사업장 분류, 고금리 지속에 따른 연체 증가 등이 주요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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