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가 악화되면서 창호업계가 수익성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파트 분양 등 주택 공급이 대폭 줄면서 건자재의 B2B(기업 간 거래) 분야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B2C(기업 소비자간 거래) 시장 공략 뿐 아니라 업황이 좋지 않은 B2B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29일 건자재 업계에 따르면 KCC는 지난해 7월 체험형 프리미엄 창호 전시장 ‘더 클렌체 갤러리’를 서울 서초동 본사에 열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전시장을 연 것은 창호 업계에서 KCC가 처음이다.
창호는 인테리어 시장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분야다. KCC가 론칭한 클렌체는 그 중에서도 프리미엄 제품으로 ‘초고가 라인’에 해당한다. 일부 모델은 항공기 출입문의 개폐방식과 동일한 방식을 사용해 단열성과 기밀성(외부공기가 차단되는 것) 등에서 다른 제품보다 우수하다. KCC 관계자는 “가격이 비싸다보니 창호를 직접 체험해 보고자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시장도 열게 됐다”고 했다.
경쟁사인 LX하우시스 역시 최근 하이엔드 건자재 시장 공략을 위해 고객 대상 전시장인 ‘론첼 갤러리’를 열었다. 론첼 역시 프리미엄 브랜드로, 건설사와 시행사 관계자뿐 아니라 재개발·재건축 조합 등이 자재를 선택할 때도 도움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 전시장을 열게 됐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창호업계의 빅2 업체가 잇따라 프리미엄 제품 홍보에 나서는 이유는 B2B 분야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다. 창호업계의 프리미엄 브랜드 론칭은 B2B 분야에 해당한다. 개인이 창호를 선택할 때는 최고가 브랜드보다 가성비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건설사나 조합에서 최고급 브랜드 아파트를 내세울 때 프리미엄 브랜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라인은 그만큼 자재값 등도 비싸기 때문에 매출이 크게 발생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업계는 B2C 시장도 잡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리모델링과 이사 수요 등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KCC는 대리점 관리에도 신경을 쓰는 중인데, 인증받은 대리점들만 가입할 수 있는 ‘유통 이맥스 클럽’을 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일정 기준 이상의 설비 보유, KCC가 인증한 원부자재 사용, 정기적인 창호 교육 이수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KCC 관계자는 “2022년 30개 대리점으로 시작한 유통 이맥스 클럽이 현재 79개까지 확대됐고 이런 대리점을 소개하는 자체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인데, 모두 소비자들의 신뢰감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며 “업계에서도 유통 대리점 수를 예민하게 볼 만큼 B2C 시장이 업계의 각축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창호업계가 B2B와 B2C 모두 시장 선점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이유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다. 최근 공사비 상승 등 주택공급 여건이 악화되자 올 들어 5월까지 주택건설사업 인·허가 물량은 12만6000가구로 전년동기(16만6000가구) 대비 24%가량 감소했다. 통상 건자재업계의 실적은 건설업계 실적이나 부동산 지표보다 6개월에서 1년 가량 늦게 반영되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까지도 전망은 어둡다는 평가가 나온다.
건자재 업계 1위인 LX하우시스의 지난 2분기 실적은 매출의 경우 0.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3.5% 감소했다. KCC는 2분기 실적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건자재보다는 실리콘 부문의 영업이익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자재 업계 관계자는 “착공실적이 줄어 B2B 분야의 창호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 리모델링 시장 역시 구축 주택 거래가 크게 활성화되지 않아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금은 B2B와 B2C 어느 것 하나도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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