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인 사퇴로 ‘방통위원 0명’ 사태
결정권자 부재로 주요 업무 올스톱
이진숙 후보, 자격논란에 사흘간 청문
윤대통령, 이르면 이달 임명 가능성
방통위원장 놓고 여야 갈등 최고조
방송통신위원장 ‘자질’ 논란에 방송통신 ‘현안’이 가라앉고 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청문이 이례적으로 사흘 진행되면서 방통위 정상화는 요원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주요 과제들도 줄줄이 밀리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했다. 이달 내로 윤석열 대통령이 위원장 임명을 강행할 거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여야 간 정치적 대립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 후보자도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에 이어 ‘이사 선임, 탄핵 추진, 자진 사퇴’의 악순환을 밟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잇따른 방통위 파행으로 인공지능(AI)·방송통신 현안이 적체되고 있다는 거다. 그중 하나는 ‘인공지능(AI) 서비스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 추진이다. AI 등 새로운 IT 기술로 이용자가 맞닥뜨릴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법이다. AI가 생성한 콘텐츠에 AI 생성물 여부 표시를 의무화하고 AI 유형별 차등 규제 및 AI 윤리 기준 마련 등 내용을 포함한다.
방통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AI 서비스 이용자 보호 민관협의회를 개최했다. 다만 AI 서비스 이용자 보호법은 여야 간 합의를 거쳐 입법이 필요한 사안이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여야가 저렇게 다투는데 법이나 제대로 통과시킬 수 있겠냐”고 말했다.
구글·애플 등 글로벌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의 인앱결제 제재도 ‘뜨거운 감자’다. 인앱결제는 앱 유료 콘텐츠 결제 시 앱 마켓 사업자가 마련한 특정 시스템으로만 결제하는 것을 뜻한다. 인앱결제는 모바일 서비스 및 콘텐츠 제공자의 수수료 부담을 늘려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2022년 시행됐지만 구글·애플 등 글로벌 앱마켓에 대한 규제 속도는 더딘 편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10월 이들 사업자에 680억 원 과징금을 부과하는 시정 조치 방안을 발표한 바 있으나 9개월째 이렇다 할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글로벌 콘텐츠 제공 사업자(CP) 사업자의 ‘망 사용료 무임승차’ 이슈는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그간 구글·넷플릭스 등 글로벌 CP사는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해 돈을 벌면서도 국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에게 망 사용료를 내지 않았다. 국내 CP사들은 ‘역차별’이라며 국내 OTT 산업의 발전을 위해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CP사를 향한 망 사용료 부과가 국내 CP사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CP사가 해외 진출할 경우, 해당 국가에 망 사용료를 내야 할 명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A 씨는 “국내 CP가 글로벌로 진출했을 때 역으로 망 사용료를 내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며 “정부는 글로벌 CP사만을 규제할 수 없다. 결국, 글로벌 CP사를 포함한 산업 전반의 규제가 될 수 있어 시장의 성장 동력을 저해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안정상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정치 논쟁의 소용돌이 속에 방송·미디어, ICT, 과학기술 등 이런 현안이 다 매몰되고 있다”고 직격했다. 이창현 국민대 미디어학과 교수도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정치적 독립성과 자율성이 핵심”이라며 “여야 간 합의도 없이 특정 인사만으로 방통위를 구성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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