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검찰 기소유예 처분이면 생큐?…억울함 풀 곳 헌재 밖에 없었다 [기소유예 처분의 함정 ①]

이투데이 조회수  

CCTV 보고도 제대로 수사 안 한 검찰…헌재 “중대한 수사 미진”

미성년자에 소주 팔았다며 편의점주 추궁…檢, 기소유예 처분
CCTV 속 여성 옷차림 전혀 달라…재수사 요청했지만 ‘불가’ 통보
헌재, 헌법소원 인용 결정…“검찰이 보강수사 안 하고 혐의 인정”

게티이미지뱅크

편의점을 운영하는 A 씨는 대답 한 번으로 억울한 피의자가 됐다. 2020년 5월 경찰은 한 여학생과 A 씨의 편의점에 찾아와 소주 2병을 팔았냐고 추궁했다. A 씨가 판매 사실을 부인하자 경찰은 CCTV를 확인했고, 한 여성이 물건을 구매하는 장면을 확인했다.

당시 술에 취해있던 여학생은 영상 속 인물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당황한 A 씨는 항상 퇴근길에 소주를 구매하던 다른 여성과 헷갈렸다며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고, 검찰은 같은 달 말 A 씨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후 A 씨는 CCTV와 사건 당일 판매 영수증을 교차 확인했다. 비교해 보니 그날 소주 2병을 구매한 손님은 남성이었고, 경찰이 지목한 여성은 해당 여학생과 옷차림이 전혀 달랐다. A 씨는 2020년 6월 검찰에 재수사를 요청했지만, 검찰은 재수사 불가를 통보했다.

헌재,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처분 취소 인용

A 씨의 억울함을 풀어준 건 헌법재판소였다. 헌재는 지난해 3월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3년 만에 A 씨의 결백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헌재는 △술에 취한 여학생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점 △CCTV 영상 속 여성 손님이 동일인물로 보이지 않는 점 △사건 당일 추궁과 여학생의 진술로 A 씨가 당황해 범행을 자인했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헌재는 특히 “소주를 판매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검찰이 관련된 보강수사를 하지 않고 혐의를 인정했다”며 “이러한 검찰의 처분은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 판단의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투데이DB헌법재판소 대심판정

검찰이 ‘한 번 봐주는’ 처분…“추가 수사 제대로 안 해”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사안이 경미하거나 피의자에게 참작될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 검찰이 기소하지 않는 처분이다. 즉 재판에 곧바로 넘기는 대신 검찰이 ‘한 번 봐주는’ 것이다. 큰 범죄를 저질렀는데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다면 ‘고마운’ 처사지만, 사실과 전혀 달라 무죄를 주장하는 피의자에겐 이 마저도 ‘억울한’ 처분이다.

기소유예는 무혐의 처분과 구분되는데, 여기서 ‘검찰의 재량권’이 두드러진다. 피의자가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에 불복하려면 사건을 헌재로 끌고 가야 한다. A 씨처럼 억울한 피의자들은 헌법소원밖에 방법이 없는 셈이다.

29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전국 검찰청의 기소유예 처분은 지난해 16만5856건에 달했다. 2019년 16만8992건에서 2020년 15만8643건 등 최근 5년간 15만~16만 건을 유지하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일반 사람은 변호사를 선임해 헌법소원하는 걸 부담스러워한다”며 “다만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 헌재가 취소 결정을 하는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 검찰이 제대로 추가 수사를 안 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누명을 쓴 피의자의 억울함과는 별개로 사건이 헌법소원으로 이어지면 사법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관계자는 “기소유예 사건을 헌법소원으로 다투는 것을 감안하면 행정력 낭비이자 검찰의 공권력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뉴시스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사건 범죄 일자 미특정‧자의적 판단 등 지적 수두룩

고등학교 교사인 B 씨의 처분도 헌재가 구제한 사례다. B 씨가 수업 중 성적인 발언을 한다는 지적이 SNS상에서 제기되자, 경찰은 관련 학생들을 불러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한 여학생이 “B 씨가 숙제를 안 한 애들의 뱃살을 잡고 꼬집고 비틀었다. 나도 당했고, 수치심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B 씨는 학생들과 신체 접촉이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검찰은 2019년 2월 기소유예(아동복지법위반 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B 씨는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재는 지난해 7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헌재는 검찰이 B 씨가 부인함에도 범죄 일자를 특정하려고 노력하지 않았고, 목격자의 인적사항을 들었으나 추가 수사에 대한 기록이 없다고 꼬집었다. 또 해당 수업날짜에 관련 학생이 결석한 정황 등을 종합하면 B 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봤다.

한 노인이 마트 자율 포장대 위에 놓인 3500원 어치 사과 한 봉지를 무심코 담아왔다가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된 적도 있었다. 헌재는 2021년 6월 이 사건을 충분히 수사하지 않고 ‘순간적인 욕심’에 따라 범행했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한 검찰의 처분을 취소했다.

☞용어설명
◇기소유예
=범죄 혐의가 있더라도 범인의 연령·성행·지능·환경·피해자에 대한 관계·범행동기·수단·결과·범죄 후의 정황 등을 고려해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 검찰이 재판에 넘기는 대신 ‘한 번 봐주는 것’인데 이 마저도 억울한 피의자가 기소유예 처분을 뒤집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 뿐이다.

이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댓글0

300

댓글0

[경제] 랭킹 뉴스

  • 올림픽 맛있게 응원하자…집관족 취향저격 ‘올림픽 에디션’
  •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93.7%...1년 11개월 만에 최고점 찍었다
  • 질병청 '성인 패혈증 초기치료지침' 첫 발간
  • 불량 자재 탓에 에어컨 없이 폭염 견디는 송도 '송일국 아파트'
  • 불량 자재 탓에 에어컨 없이 폭염 견디는 송도 '송일국 아파트'
  • 8월 극장가 '재개봉 러시'…인생영화 다시 스크린으로

[경제] 공감 뉴스

  • 케이뱅크, MY체크카드 90만장 넘었다..."인뱅 유일 K 패스 기능 탑재"
  • 삼정KPMG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에 슬립테크 부상”
  • ‘나는 솔로’ 21기 최종 선택 대반전…순자, 영철 직진에도 선택 포기
  • "‘용인 스마일 보이’ 우상혁이 웃었다"...이상일 용인특례시장,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 '응원'하고 '격려'
  • 삼성자산운용, 공식 유튜브 채널 정보 시리즈 인기몰이
  • 삼성자산운용, 공식 유튜브 채널 정보 시리즈 인기몰이

당신을 위한 인기글

  • “테슬라, 아이오닉 오너들 오열” 미친 가성비로 출시된다는 BYD 야심작
  • “친구 죽게 버리고 갔네” 오토바이 사고 후 동승자 방치, 무면허 운전자 법적 처벌은?
  • “내연기관 사라지기 직전” 그 미국조차도 전기·하이브리드에 점령 당하는 중!
  • “운전자 99%가 모르고 있다” 장시간 운전 시, 졸음, 스트레스 방지법
  • “아빠들 환장하는 NO.1 세단” 포르쉐, 파나메라 GTS 출시!
  • “연봉 20억에 람보르기니는 검소하다”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의 알뜰한 우루스
  • “요즘 하늘 왜이래?” 짙은 안개, ‘이것’만 기억하면 사고 막는다!
  • “테슬라 털릴 일만 남았다” 폴스타 약진에 전기차 차주들 난리!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미스터트롯3' 투표순위 결과… 마스터 명단은?

    연예 

  • 2
    아모림 부임 이후 리그 3승 2무 6패→13위 침체인데…맨유 레전드 "이것은 선수들의 책임" 옹호

    스포츠 

  • 3
    尹 ‘황제 스타일링’ 특혜 논란..."헌재 출석때 헤어·메이크업"

    뉴스 

  • 4
    20살 신인왕의 블로킹쇼, 197+194cm MB 듀오 제압했다…국대 세터 결장에도 삼성화재 완파, KB 3위 굳히기

    스포츠 

  • 5
    MVP+득점왕 보인다! SGA 54득점 大폭발…OKC, 유타 제압→NBA 최고 승률 공동 1위 복귀

    스포츠 

[경제] 인기 뉴스

  • 올림픽 맛있게 응원하자…집관족 취향저격 ‘올림픽 에디션’
  •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93.7%...1년 11개월 만에 최고점 찍었다
  • 질병청 '성인 패혈증 초기치료지침' 첫 발간
  • 불량 자재 탓에 에어컨 없이 폭염 견디는 송도 '송일국 아파트'
  • 불량 자재 탓에 에어컨 없이 폭염 견디는 송도 '송일국 아파트'
  • 8월 극장가 '재개봉 러시'…인생영화 다시 스크린으로

지금 뜨는 뉴스

  • 1
    뮤지션들의 뮤지션이 부르는 삶의 찬가

    연예 

  • 2
    ‘라니서울’ 대표 박정애의 취향

    연예 

  • 3
    尹, 김용현 직접 증인신문...김 "기억 납니다"

    뉴스 

  • 4
    19번 시드의 반란! 키스, 호주오픈 女단식 준결승전서 시비옹테크 격파…세계랭킹 1위 사발렌카와 결승 격돌

    스포츠 

  • 5
    'LAD 선수 싹쓸이→제한 필요성 대두' 조 켈리, 샐러리캡 무용론 주장…왜? "매력적인 팀이 우선"

    스포츠 

[경제] 추천 뉴스

  • 케이뱅크, MY체크카드 90만장 넘었다..."인뱅 유일 K 패스 기능 탑재"
  • 삼정KPMG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에 슬립테크 부상”
  • ‘나는 솔로’ 21기 최종 선택 대반전…순자, 영철 직진에도 선택 포기
  • "‘용인 스마일 보이’ 우상혁이 웃었다"...이상일 용인특례시장,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 '응원'하고 '격려'
  • 삼성자산운용, 공식 유튜브 채널 정보 시리즈 인기몰이
  • 삼성자산운용, 공식 유튜브 채널 정보 시리즈 인기몰이

당신을 위한 인기글

  • “테슬라, 아이오닉 오너들 오열” 미친 가성비로 출시된다는 BYD 야심작
  • “친구 죽게 버리고 갔네” 오토바이 사고 후 동승자 방치, 무면허 운전자 법적 처벌은?
  • “내연기관 사라지기 직전” 그 미국조차도 전기·하이브리드에 점령 당하는 중!
  • “운전자 99%가 모르고 있다” 장시간 운전 시, 졸음, 스트레스 방지법
  • “아빠들 환장하는 NO.1 세단” 포르쉐, 파나메라 GTS 출시!
  • “연봉 20억에 람보르기니는 검소하다”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의 알뜰한 우루스
  • “요즘 하늘 왜이래?” 짙은 안개, ‘이것’만 기억하면 사고 막는다!
  • “테슬라 털릴 일만 남았다” 폴스타 약진에 전기차 차주들 난리!

추천 뉴스

  • 1
    '미스터트롯3' 투표순위 결과… 마스터 명단은?

    연예 

  • 2
    아모림 부임 이후 리그 3승 2무 6패→13위 침체인데…맨유 레전드 "이것은 선수들의 책임" 옹호

    스포츠 

  • 3
    尹 ‘황제 스타일링’ 특혜 논란..."헌재 출석때 헤어·메이크업"

    뉴스 

  • 4
    20살 신인왕의 블로킹쇼, 197+194cm MB 듀오 제압했다…국대 세터 결장에도 삼성화재 완파, KB 3위 굳히기

    스포츠 

  • 5
    MVP+득점왕 보인다! SGA 54득점 大폭발…OKC, 유타 제압→NBA 최고 승률 공동 1위 복귀

    스포츠 

지금 뜨는 뉴스

  • 1
    뮤지션들의 뮤지션이 부르는 삶의 찬가

    연예 

  • 2
    ‘라니서울’ 대표 박정애의 취향

    연예 

  • 3
    尹, 김용현 직접 증인신문...김 "기억 납니다"

    뉴스 

  • 4
    19번 시드의 반란! 키스, 호주오픈 女단식 준결승전서 시비옹테크 격파…세계랭킹 1위 사발렌카와 결승 격돌

    스포츠 

  • 5
    'LAD 선수 싹쓸이→제한 필요성 대두' 조 켈리, 샐러리캡 무용론 주장…왜? "매력적인 팀이 우선"

    스포츠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