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뉴스1) 이상철 기자 = “할머니께 금메달을 바치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다. 그래도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까지 따서 행복하다.”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은메달을 딴 허미미(22·경상북도체육회)는 아쉬움을 털어내고 활짝 웃었다.
허미미는 30일 오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샹드마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결승에서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에 석패,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로써 허미미는 파리 대회에서 유도 첫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앞서 유도 대표팀은 27~28일 4개 체급에 나선 선수들이 모두 메달 획득에 실패했는데 허미미가 막힌 혈을 뚫었다.
또한 허미미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의 여자 48㎏급 은메달리스트 정보경 이후 8년 만에 여자 유도 메달을 안겼다.
경기 후 허미미는 “너무 아쉽고 기분이 마냥 좋지 않다. 비록 어렸을 때부터 목표로 세운 금메달은 아니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 행복하다.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격려해주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허미미의 은메달을 누구보다 기뻐할 사람은 3년 전 하늘로 떠난 그의 할머니다.
독립운동가 허석의 후손인 허미미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랐다. 그는 2021년 “꼭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한국 국적을 택했다. 그리고 3년 후 할머니의 바람대로 올림픽에 한국 국가대표로 출전해 시상대에 올랐다.
허미미는 “할머니께서 어려서부터 저를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그 사랑이 정말 감사하다”며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할머니께 금메달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다. 그래도 이렇게 올림픽 메달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할머니께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오늘까지 정말 열심히 유도했다. 계속 더 노력하는 유도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허미미는 “국적을 한국으로 바꾸길 잘한 결정 같다. 이렇게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무대를 밟아서 자랑스럽고 행복하다”며 “(유도 선수의 길을 열어준) 아버지에게 은메달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의미 있는 성과지만 판정에 아쉬움이 있었다. 정규 시간(4분) 내 승부를 보지 못하고 골든스코어에 돌입한 허미미는 위장공격을 했다는 이유로 세 번째 지도를 받아 반칙패를 당했다.
김미정 여자 유도대표팀 감독은 “프랑스 심판이 (허)미미의 기술 동작이 작고 주저앉아서 위장 기술로 판단한 것 같다. 관점에 따라 다르게 판단할 수 있지만 미미는 위장 공격을 하지 않았다”며 석연치 않은 판정에 아쉬움을 표했다.
허미미는 “그 공격이 위장공격인 걸 잘 모르겠다. 다만 경기의 일부니까 어쩔 수 없다. 다음부터는 그런 부분도 신경 쓰고 경기하겠다”고 말했다.
시상대 꼭대기에 서서 애국가를 힘차게 부르기 위해 애국가 가사를 달달 외우기도 했다. 그는 “파리에서는 못 했지만, 다음 올림픽에서는 꼭 금메달을 따 시상대에서 애국가를 부르겠다. 4년 후에는 나이도 먹고 체력도 좋아질 테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허미미가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은 BTS의 뷔다. 그는 “언젠가 뷔를 한번 만나보고 싶은데 금메달리스트가 아닌 은메달리스트라 만날 수 있을까”라며 멋쩍게 웃었다.
허미미는 유도 선수이면서 대학생이다. 명문 와세다대학 4학년인 그는 “(올림픽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지만 졸업까지) 모자란 학점 다 이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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