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무장한 ‘정용진호(號)’를 중심으로 하반기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부회장을 맡은 지 18년 만에 회장 자리에 오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본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경영 위기를 극복하고 유통업계 1위 자리를 재탈환할 계획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하반기에도 변화와 쇄신에 방점을 둔 경영 전략을 통해 그룹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 3월 8일 회장으로 승진한 정 회장은 경영 목표를 본업 경쟁력과 수익성 강화로 내걸고 취임과 동시에 고강도 인적 쇄신을 단행해 왔다.
실제 정 회장은 회장 취임 한 달 후인 지난 4월 정두영 전 신세계건설 대표를 해임하고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하며 수시 인사를 실행에 옮겼다.
신세계건설은 2022년 영업손실 120억원을 낸 데 이어 지난해 1878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이마트 자회사인 신세계건설의 부진은 결국 이마트에 지난해 사상 첫 연간 적자를 안겨줬다.
정 회장은 지난 6월에는 만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SSG닷컴과 G마켓 대표도 교체했다. G마켓 대표로는 전형권 전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을 영입해 체질 개선에 나섰고 SSG닷컴은 그로서리와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업본부장을 맡아온 최훈학 전무를 내정했다.
신세계그룹 안팎에서는 앞으로도 수시 인사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인적 쇄신 움직임은 신세계가 미래 성장전략으로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영 위기 속에 온·오프라인 동시 강화라는 기존 방침보단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정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본업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며 오프라인 사업에 전사적 역량을 쏟아왔다.
지난 1일 단행한 이마트와 이마트 에브리데이의 합병이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두 회사를 합병하면 매입 규모를 확대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물류 운영을 효율화할 수 있다. 신세계그룹은 추후 편의점 자회사 이마트24를 합병하는 것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 회장은 CJ그룹과 파격적인 협력도 이끌어냈다. CJ그룹과 사업 제휴를 통해 SSG닷컴 물류를 CJ대한통운에 위탁하기로 결정했다. 신세계는 본업인 유통에 집중하고, 물류는 CJ대한통운에 맡겨 비용 효율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정 회장이 중심이 된 신세계그룹의 이러한 변화는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그룹 캐시카우인 이마트가 ‘본업 경쟁력’을 앞세워 1분기 실적 개선을 이뤘다.
이 밖에도 스타필드 운영사인 신세계프라퍼티가 지난 1분기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321% 늘어난 122억원을 기록하고 이커머스 계열사인 SSG닷컴과 G마켓의 1분기 영업손실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억원, 24억원 줄었다.
신세계그룹은 앞으로도 수익성 개선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이마트와 이마트 에브리데이의 합병 시너지가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달부터 이마트 에브리데이에 이마트 후레쉬센터와 미트센터가 입점하면서 신선상품이 본격적으로 판매된다. 아울러 편의점인 이마트24와 함께한 ‘패밀리 위크’ 할인 행사, 노브랜드 상품 판매 등도 소비자 접근성을 대폭 향상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커머스 사업부문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먼저 G마켓은 신규 판매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는 9월 30일까지 신규 가입 판매자를 대상으로 물류센터 내 상품 보관 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물류센터 운영 비용도 50% 할인해 준다.
SSG닷컴은 그로서리 특화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쓱배송 클럽’을 론칭해 ‘탈쿠팡족’ 잡기에 분주하다. ‘쓱배송 클럽’ 가입자가 타사 멤버십 이용 화면을 캡처해 이벤트 페이지에 올리면 SSG머니 1만5000원을 제공하는 혜택을 제공 중이다. 쿠팡의 멤버십 가격 인상으로 멤버십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고객을 적극적으로 유인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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