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머스 전용 대출 상품을 운영하던 은행들이 ‘티몬·위메프(티메프) 대금 미정산 사태’가 터지자 부랴부랴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요청이 있자, 대신 기존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상환유예에 나서는 등, 나름 금융지원을 약속하는 모양새다.
29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기관은 티몬·위메프 정산지연 피해업체 금융지원 회의를 개최, 피해업체의 금융애로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금융권에 협조를 요청하고, 금융권도 취지에 공감하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금융당국은 전금융권(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 보험사, 카드사)과 정책금융기관 등에 정산지연 피해업체의 기존대출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를 요청했다. 이에 해당 금융사와 기관들은 화재 또는 수해기업 지원 등에 준해 최대 1년의 만기연장 등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이에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SC제일은행 등 ‘선정산대출’ 취급은행은 해당 상품 연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출 만기연장에 협조키로 했다. 선정산대출을 이용한 판매업체의 귀책사유 없이 연체사실이 등록되고 신용평가점수가 하락하는 것도 방지할 방침이다.
이는 지난 주말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금융당국이 언급한 선정산 대출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가 은행에서 판매대금을 먼저 받고, 정산일에 은행이 이커머스로부터 판매대금을 받아 자동 상환하는 상품이다. 판매 증빙 자료를 기준으로 이뤄지는 대출이고 금리는 6% 내외로 높은 편이다.
현재 KB국민은행, 신한은행, SC제일은행 등 3개 시중은행이 선정산대출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취급한 선정산 대출은 1조2300억원이며 올해 상반기 취급액은 약 7500억원에 달한다.
티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가 심화되자 해당 은행들은 선제적으로 관련 상품 취급 중단에 나섰다. KB국민은행과 SC제일은행은 23일, 신한은행은 25일 선정산대출 실행을 잠정 중단했다.
그러자 금융감독원은 26일 은행권 선정산대출 현황을 점검, 15개 국내은행 부행장에게 선정산대출 업체에 대한 지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박충현 부원장보는 “관련 대출에 대한 기한 연장, 상환 유예 등을 통해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급기야 대출 미상환 사례가 발생하기 시작하자 이들 은행은 금융지원에 돌입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6일 대출금 기한 연장, 원리금 상환 유예, 이자율 인하 등의 지원을 시작했다. 신한은행과 SC제일은행도 만기 연장, 연체이자 감면, 장기대출 전환 등 검토 중이다.
선정산 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은행도 금융지원에 나서려는 모양새다. 우리은행은 티메프와 체결한 ‘지급보증 계약(티몬 10억원·위메프 20억원 한도)’과 관련, 개별 소비자가 보증 대상에 해당하는지 내부적으로 확인 절차에 들어갔다.
한편 정부는 이날 티메프 사태로 대금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5600억원 규모의 유동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신용보증기금과 IBK기업은행을 통해 3000억원 플러스 알파의 보증부 대출 프로그램을 신설, 긴급 자원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파악된 티메프 미정산액 규모는 약 2100억원에 이른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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