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 내수가 점진적 회복 흐름을 보일 것으로 공언해 온 정부와 한국은행 등에서도 위기감이 감지된다.
29일 한은에 따르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2% 감소하면서 당초 예상치를 하회했다. 민간소비가 뒷걸음질 친 영향이 컸다. 올해 1분기(0.7%) 기대 밖 선전을 했던 민간소비 증가율은 고금리·고물가 장기화 여파로 2분기(-0.2%) 들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한은은 지난 5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제시했다. 상반기 성장률이 2.8%로 집계된 만큼 하반기에는 평균 2.2%의 성장률을 기록해야 전망치 달성이 가능하다.
내수 회복세가 관건인데 시장은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아직 내수가 회복 단계에 진입했다고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하반기 수출이 지금보다 더 좋아지기는 어려워 수출 기여도는 조금씩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터진 티메프 사태는 대형 악재다. 가뜩이나 부진한 소비 심리를 더 얼어붙게 만들 수 있는 탓이다.
현재까지 정부가 파악한 티메프 사태 미정산 금액은 2134억원 수준이다. 이는 6~7월 거래분을 포함하지 않은 금액이라 향후 피해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티몬과 위메프 두 회사의 미정산금이 1조원을 넘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여행업계 등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부 중소 여행사의 경우 티메프의 비중이 80~90%에 달해 수일 내 정산금을 받지 못할 경우 폐업을 고민할 처지다.
7~8월은 연중 최대 성수기인데 소비 심리 위축으로 여행 수요가 쪼그라들 경우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전자상거래를 통한 상품 구매 수요가 축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반기 경제 운용을 해 나갈 정부도, 경기 지표 추이를 살피며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해야 할 한은도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중소 여행업체 매출이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며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여행 수요가 줄면 내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미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향후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할 때 안전한 거래 플랫폼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며 “(5600억원 유동성 투입 등) 정부 지원이 피해 보상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하반기 소비 심리가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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