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행보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이 많다. 비록 휴가 중이지만, 잠룡으로 그만큼 관심이 크다는 얘기다. 특히 동선(動線)도 휴가 이전에 자주 찾던 ‘소외’ ‘아픔’ ‘젊음’이 혼재된 현장들과는 조금은 다른 곳들이어서 더욱 그렇다.
이를 두고 특정한 곳에 머물며 독서하고 정국 구상을 하는 전 현직 대통령들과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라는 평이 많다. 그리고 ‘오너 드라이버’가 돼 부인과 함께 움직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역시’라는 반응이다.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도 있다. 종교 문화계로의 외연 확장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이 그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휴가 중 대부분 시국 메시지 전달이 문학과 종교가 연관된 곳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는 양평 ‘황순원문학촌소나기마을’ 도착 메시지다. 김 지사는 여기서 호우 피해와 남북 관계 불안 속 현장을 살펴봤다고 했다. 이어 경기 북부를 떠나 김 지사가 충북을 찾은 것도 남다르다.
물론 ‘경기 재도전학교’ 업무 협약을 위해 아침편지문화재단 고도원 이사장을 만나기 위해서였지만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고 이사장은 김대중 정부 청와대 근무 시절, 김 지사와 함께 근무한 동료다. 하지만 ‘고도원의 아침편지’로 유명한 고 이사장은 과거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 비서관으로 5년을 지낸 ‘은둔의 정치 고수’로 불린다. 현실 정치 참여는 없지만 영향력은 지금도 지대하다.
그런 그를 김 지사가 만났다는 사실은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기 충분하다. 만남 직후 김 지사는 SNS를 통해 “충주는 제 고향인 음성 바로 옆이어서 고향과 다름없는 곳이다”면서 이번 협약은 “올해에는 시범 사업으로 청년을 대상으로 하지만, 앞으로 중장년까지 확대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가는 길이었다며 중간에 두 달전 타게 한 ‘신경림 시인’의 묘소를 찾은 것을 두고도 비슷한 해석이다. 고 신경림 시인은 평소 서민의 애환과 삶, 희망을 노래한 ‘현실 참여 시인’으로 유명하다. 김 지사는 평소 이런 신 시인을 가장 좋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묘소를 찾은 자리에서 그의 ‘파장’이라는 시도 읊었다. 추모사 대신 이었다.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 목로에 앉아 막걸리 들이켜면 모두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굴들” 그러면서 “시인이 좋아하셨던 친구처럼 어우러져 함께 사는 장터 같은 세상, 사람 사는 세상 만들고 싶다”라고 소망하기도 했다. (2027년 7월 28일 자 아주경제 보도)
오롯이 ‘쉼’을 위해 떠난 김 지사가 문학소년 시절을 회상하며 향수를 소환한 것은 매우 유의미하다. 문학을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감성에 호소한 것이지만 힘들고 지친 현대인들에게 ‘글’로서 위안받는 힘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보여주어서다. 이를 두고 김 지사만이 갖고 있는 ‘희망 바이러스 전파를 위한 능력’이라 부르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싶다.
아무튼 이번 김 지사의 여름휴가를 두고 유독 관심이 높다. 손수운전하며 부부가 떠난 것도 그렇지만 한곳에 머물지 않고 짜인 계획 없이 그야말로 ‘발길’ 닿는 대로 여서다. 하지만 문학을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는 범상치 않다. ‘생각이 다르면 행동도 다르다’고 했던가. 이를 접한 많은 이들은 ‘아직도 청춘’ ‘현대판 배낭여행인가?’ ‘맛집도 찾고, 민생 속으로···’ 라는 표현을 쓰며 김 지사의 ‘부부 여행’에 공감하고 있다. 남은 휴가 하루 김 지사의 발길 머문 곳이 어디며 어떤 신선한 메세지가 전달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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