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최태호 기자] 야놀자가 큐텐으로부터 자회사 매각대금을 받지 못한 사실이 알려지며, 나스닥 IPO(기업공개) 추진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종적으로 미수금을 받지 못하면 당기순이익에 반영돼 손실로 전환될 수 있고, 이 경우 향후 야놀자의 기업가치 산정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야놀자는 큐텐에 인터파크커머스 매각대금을 아직 받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미수금 규모는 1681억원이다.
야놀자는 지난해 4월 인터파크커머스 지분 전량을 큐텐에 매각했다. 인터파크커머스는 인터파크(현 인터파크트리플)의 쇼핑·도서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지난해 3월 신설됐다. 본업인 여행, 숙박업 플랫폼과 연계성이 떨어지는 부문을 매각한 셈이다.
그러나 큐텐그룹 내 티몬, 위메프 등 계열사의 판매대금 미정산 문제가 불거진 만큼 일각에서는 야놀자가 미수금을 최종적으로 돌려받지 못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경우 나스닥 상장을 준비중인 야놀자의 향후 기업공개 계획에도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블룸버그 등 주요외신은 최근 야놀자가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중이며 이르면 이달 중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상장 주관사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이며 야놀자가 희망하는 기업가치는 70억~90억달러(약 9조6000억~12조3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야놀자는 지난 2021년 소프트뱅크로부터 약 17억달러(한화 2조3400억원 규모)를 투자받았다. 지난 1월에는 뉴욕증권거래소 출신 자본시장 전문가 알렉산더 이브라임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하는 등 최고 경영자들의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 또 지난 2월 쿠팡 본사가 있는 미국 델라웨어주에 100% 출자한 해외지사인 Yanolja US LLC를 출범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딜사이트경제TV에 “상장 추진을 준비하는 야놀자 입장에서 당기순익 등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미수금은 악재”라고 설명했다.
복수의 회계 실무자에 문의한 결과 자회사 매각 등 본업의 영업 외 활동으로 발생한 미수금을 받지 못할 경우 회계상 기타비용으로 처리된다. 기타비용은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없지만 당기순이익에는 영향을 준다. 1분기 기준 야놀자의 당기순이익은 110억원이다. 미수금이 당기순이익의 15배가 넘어 향후 기타비용으로 처리될 경우 야놀자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수도 있다.
야놀자는 큐텐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와 매각한 인터파크커머스 주식 일부를 담보로 잡아둔 상황이다. 담보설정금액은 2280억원이다. 하지만 큐텐사태로 큐익스프레스의 지분 가치를 장담하기 어렵고, 본업과의 연계성이 떨어지는 인터파크커머스를 되찾아오는 것도 야놀자 입장에서는 그리 달갑진 않은 상황이다. 인터파크커머스의 지난해 영업손실액은 157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기업가치 산정방식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통상 IPO를 추진하면 동종업체(피어그룹)의 주가순자산비율(PBR), EV/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 배수), PER(주가수익비율), 매출액 등을 고려한다.
야놀자와 비교기업으로 주로 거론되는 에어비앤비의 경우 지난 1분기 기준 PER이 36.1배다. PER은 시가총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눠 계산한다. 야놀자의 당기순이익을 연으로 환산해 적용하면 예상 시가총액은 1조5884억원 정도다. 당초 야놀자가 기대하는 기업가치 수준은 물론, 소프트뱅크로부터 받은 자금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미수금으로 인한 기타비용 발생 우려가 있는 현 상황에서는 해당 방식을 사용할 가능성이 더욱 줄었다는 분석이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수금이 아직 손실로 반영되지 않은 만큼 단정하긴 힘들지만 PER 방식을 사용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며 “야놀자와 같은 성장기업의 경우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는 PSR(주가매출비율)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에어비앤비의 1분기 PSR은 10.53배다. 1분기 야놀자의 매출액 1947억원을 연간으로 환산하면 7787억원이다. 이를 에어비앤비 PSR 배수에 적용하면 야놀자의 기업가치는 8조2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당초 시장에 알려진 야놀자의 희망 기업가치와도 비슷하다.
다만 PSR을 통해 기업가치를 산정할 경우 향후 고평가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나스닥에 상장했던 쿠팡의 경우 지난 2020년 영업손실이 5000억원이 넘어 PSR 방식을 채택했다. 상장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886억5000만달러였지만 현재 시가총액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360억8200만달러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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