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물가 복병 된 ‘집중호우’
‘상추·배추·오이’ 등 채솟값 강세
다가오는 ‘폭염’…물가 상승 주범
최근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농가가 속출하면서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피해 여파로 공급에 차질이 빚자 농산물 가격이 치솟고 있다.
특히 상추와 배추 등 채소가격이 전월보다 2~3배가량 오르며 장마 이후 폭염이 닥치면 식품 물가가 더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배추(1포기) 소매가격은 지난 26일 기준 5556원으로 일주일 전 2969원에 비해 11.8% 올랐다. 한 달 전(3599원)과 비교하면 54.3% 치솟았다.
적상추(100g) 소매가격은 2150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0.66% 올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전월(953원)과 비교하면 125.6% 대폭 상승했다. 청상추(100g)도 2515원으로 전월(1106원)보다 127.4% 급등했다.
다른 쌈 채소인 깻잎(100g) 소매가격도 2615원으로 일주일 새 3.9% 올랐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24.9% 올랐다.
오이(가시계통) 소매가격은 10개에 1만3750원으로 전월보다 75% 뛰었다. 애호박은 1개에 16000원으로 전월(1066원)보다 50% 상승했다. 시금치는 100g당 일주일 새 8.7% 올랐다. 전월(878원) 대비 103.7% 급등했다.
소매가 급등세는 도매가격과 직결된다. aT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적상추 4㎏ 상품 평균 가격은 7만8327원으로 일주일 전(5만4852원)보다 2만3475원 42.8% 올랐다.
배추도 10㎏망대(특등급) 기준 1만7435원으로 일주일 전(1만4502원)보다 20.2%(2933원) 상승했다.
상추의 경우 수도권 반입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충남 논산과 전북 익산 등에서 폭우 피해로 생산량이 급감한 데다 휴가철 수요 증가가 더해져 가격이 뛴 것으로 분석된다.
다음 주부터는 수박·복숭아 등 과일 가격도 오름세를 보일 조짐이 보인다. 비가 많이 오면 과일 당도가 떨어지고 낙과 피해·부패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6일 기준 수박 1개당 소매가격은 2만5622원으로 일주일 새 16.8%(3688원) 상승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도매시장 반입물량이 줄고, 산지 수박 하우스에 침수 피해가 있어 다음 주부터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복숭아의 경우 주요산지인 충북 음성에서 작년보다 피해가 줄었으나 비가 많이 와서 가격 오름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이번 집중호우발 작물 가격 인상이 전체 소비자 물가상승률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배추와 상추, 시금치 등 개별 품목 가격이 올랐지만, 이들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정부 가용물량 방출량을 늘리는 등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채소 가격이 한 달 만에 세 배 가까이 오르는 등 인상 폭이 큰 만큼 시민이 체감하는 물가는 할인 폭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장마 이후 닥칠 폭염 등이 물가의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의 날씨가 식품 물가 오름세를 끌어당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막시밀리안 코츠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박사후연구원 연구팀은 10년 뒤인 2035년이 되면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최대 3.2%p(포인트) 상승하고 식량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전체 물가 상승률은 최대 1.2%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중반 수준으로 안정화 흐름을 타고 있지만, 이상 기후 등 불확실성 요인이 있어 물가가 다시 튀어 오를 가능성도 있다”며 “정부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2%대 초반까지 조속히 안착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