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에서 사용으로…변화하는 가전 패러다임
LG전자 가전 구독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 두각
H&A 사업부 핵심 수익원 될까…캐시카우 포트폴리오로
렌털‧구독 낯선 해외 문화…“플랫폼 기업으로 진출해야”
LG전자의 2분기 실적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끈 부분은 ‘가전 구독 서비스’다. 소비자는 가전 관리 서비스를 받고, 회사는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간다는 점에서 떠오르는 사업 모델이다. 국내에서 사업성을 확인한 만큼 LG전자는 이 사업을 해외 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구축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LG전자가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LG전자에 따르면 가전(H&A) 사업부의 2분기 매출 가운데 가전 구독으로 인한 매출은 2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률은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LG전자도 구독 사업에 기대감을 갖고 있다. 회사는 최근 2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한국과 해외 구독 사업 매출은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전 구독 서비스는 단순 할부 결제 방식과 다르다. 정수기 렌털 방식과 비슷하다. 일정 기간 동안 구독(렌털) 요금을 내고, 전문가로부터 관리 서비스를 받는 식이다. 가전을 ‘소유’하던 구매 방식에서 ‘사용’으로 바뀌는 셈이다.
LG전자의 가전 구독 기간은 3~6년으로 나뉜다. 이 기간에 기기를 대여하며, 매달 정해진 요금을 납부한다. 비용만 단순 계산하면 기기를 구매하는 것보다 구독료가 더 비싸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찾는 이유는 관리 서비스 때문이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간에 전문가의 관리를 받으며 소모품을 쉽게 교체하고, 항상 새 제품처럼 사용할 수 있다. 기기를 구매하면 무상 사후서비스(A/S) 기간은 1년이지만, 구독하면 구독 기간 내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여러 품목을 함께 구독하면 할인율도 커진다.
가전양판점의 한 관계자는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가전의 소모품 교체 주기와 방법, 청소 등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며 “실제 매장을 방문하는 많은 고객이 편리함을 추구하며 구독 서비스에 관심을 갖는다”고 전했다.
회사 입장에는 구독 사업이 안정적인 수입원 역할을 한다. 가전 시장은 계절성이 뚜렷해 분기별 실적이 들쑥날쑥한데, 구독 사업은 성‧비수기 구분 없이 매출이 꾸준히 발생한다. 불안정한 시장 변화에도 타격을 받지 않는다.
단순히 기기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료가 포함되기 때문에 단가 측면에서도 수익성이 좋다. 장기적인 ‘캐시카우(현금창출원)’가 되는 셈이다. LG전자 가전(H&A) 사업부의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심우중 산업연구원(KIET) 전문연구원은 “국내 고객들이 신규 서비스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기업도 구독과 같은 서비스 도입을 검토해볼 수 있다”며 “이러한 시장이라면 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더 안정적이고 균형적으로 가져가기 위해 가전의 판매와 구독을 병행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초기 구독 시장을 개척했던 코웨이는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 가운데 렌털 매출이 91%에 달한다. 최근 3년간 영업이익률은 17~18%에 달한다. ‘호실적’으로 평가받은 이번 LG전자 2분기 영업이익률은 약 5.5%다.
LG전자는 구독 사업을 해외로 확대할 방침이다. 회사는 컨퍼런스 콜에서 “국내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구독 사업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며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대만과 태국 등 아시아를 대상으로 구독 사업을 점차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이달부터 대만에서 일부 채널을 통해 구독 사업을 시작했으며,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 확대에 나선다. 올해 중에는 태국과 인도 등 시장으로 넓혀가고 향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 확대를 위해 다각적으로 사업을 검토 중이다.
다만, 얼마나 많은 글로벌 소비자들이 구독 서비스를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LG전자가 진출하려는 말레이시아는 이미 코웨이 등 렌털 업체가 먼저 시장을 개척한 곳이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구독이나 렌털 서비스 문화가 아직 잘 형성되지 않은 탓에 빠른 침투가 어려울 수도 있다. 때문에 글로벌 기업인 LG전자가 쌓아온 인지도와 신뢰도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심 연구원은 “선진국에서는 구독 사업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플랫폼 기업’ 이미지를 만들어 진출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며 “특정 국가에서 판매 구독 모델에 얼마나 우호적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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