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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싸움으로 불붙은 한양증권 인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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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증권 사옥 [사진제공=한양증권]
한양증권 사옥 [사진제공=한양증권]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한양증권이 매물로 나오면서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인수 후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당초 증권업 진출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우리금융이 유력한 후보로 물망에 올랐으나 인수 대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강성부 펀드로 잘 알려진 독립계 사모펀드(PEF) KCGI와 국내 사모펀드 케이엘앤파트너스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양증권은 지난 23일 최대주주 등 지분 매각 추진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당사의 최대주주인 학교법인 한양학원에 확인한 결과 한양학원의 지분 매각이 교육부에 승인됐으며, 구체적인 매각 절차를 진행할 예정임을 확인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한양학원은 대학교 운영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의료원 재정도 악화됨에 따라 한양증권 주식 매각을 통해 운영자금 마련에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보유한 한양증권의 주식 총 151만4025주 매각을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보통주 지분 16.29% 중 11.29%인 143만7590주와 의결권 없는 우선주 지분 14.56% 전량인 7만6435주가 각각 처분된다. 

우리금융 빠지고…‘KCGI’ VS ‘케이앨파트너스’ 양강구도

한양증권은 올해 3월 말 기준 자기자본 규모 4964억원으로 국내 증권사 중 28위의 중소형증권사로 매각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에서는 최근 포스증권을 인수하고 우리투자증권 출범을 앞둔 우리금융을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했다. 

다만 일찌감치 우리금융은 한양증권 인수전에 발을 뺀 모양새다. 우리금융지주 이성욱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5일 열린 상반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계열사 간 시너지와 그룹 자원 역량 등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증권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는 우리종합금융과 포스증권 합병회사의 성공적인 출범에 우선적으로 집중할 예정”이라며 한양증권 인수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포스증권의 리테일 네트워크 활용을 통한 시너지 최대화가 관건인 상황에서 기업금융(IB)과 자기매매를 핵심 전력으로 하는 한양증권이 전략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이 인수전에서 제외된 가운데 업계는 KCGI의 행보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KCGI는 HS화성(구 화성산업)에 한양증권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 참여를 제안하면서 사실상 인수자로 내정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HS화성은 KCGI의 2대주주로 지난해 KCGI와 함께 메리츠자산운용(현 KCGI자산운용)을 성공적으로 인수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HS화성 관계자는 “한양증권 인수 관련 KCGI로부터 제안 요청이 들어와 검토 중인 상황”이라며 “향후 본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본 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HXD화성개발도 사모펀드 케이엘앤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통해 인수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일각에서는 집안 간 경쟁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HXD화성개발과 HS화성은 지난 2022년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분리된 바 있다. 특히 케이엘앤파트너스는 기획재정부 사무관 출신인 김기현 대표가 2015년 설립한 운용사로 맘스터치를 인수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노조의 반발와 깜깜이 매각 논란

매각 자문사가 한양증권 재단 사무국으로 한정된 가운데 원매자들이 인수할 대상인 한양증권에 대한 실사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인수 희망 가격과 인수방식만을 적어내는 방식에 대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한양학원의 경우 한양증권 매각이 부족한 운영자금 조달이라는 측면에서 여러 잠재 인수자의 경쟁으로 매각가가 높아질 수 있는 공개입찰 방식이 아닌 비공개 협상 방식을 진행하고 있는 점에 의구심이 든다”면서 “비공개 협상은 보통 매도자가 특정 인수자나 목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일각에서는 지분을 전부(16.29%) 매각하지 않고 소수(4.99%)의 지분을 남겨 놓았다는 정황을 짚고, 미리 정해놓은 인수자와 향후 경영권을 되사올 수 있는 이면 계약에 대한 얘기가 오고 간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한양증권은 현재 한양학원을 제외하고 백남관광(10.85%), 에이치비디씨(7.45%) 등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이 24.7% 가까이 남아 향후 매각되는 지분이 전체 지분의 과반수를 넘지 못해 인수자가 실질적인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 확보도 어렵다. 이러한 의문들은 현재 경영악화 타개를 위한 한양증권 지분 매각 결정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한양증권의 노조의 매각 반대도 암초다. 한양증권 노조는 7월 22일 입장문을 통해 “직원들의 열의와 희생으로 68년간 이어온 우리 회사가 오로지 최대주주 한양학원의 문제로 새로운 최대주주를 찾아 매각으로 내몰린 상황”이라고 설명하며 한양증권 매각 반대를 표명했다.

이어 노조 측은 “한양증권의 미래와 장기 성장, 고용안정 등 근로조건의 유지 발전이 담보될 확실한 방안이 도출될 때까지 투쟁할 것과 한양증권이 또 한 번의 인수합병에 내몰릴 수 있는 매각이 진행되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고 강조했다.

한양증권 관계자는 “현재 매각 건은 재단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어 인수와 관련한 구체적인 진행 상황과 정보가 없다”면서도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바라는 마음만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수익성 증대를 주요 목적으로 삼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인수 후 종종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이 시행되는 경우가 많아 직원들 입장에서는 사모펀드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을 할 수 있는 회사로의 매각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데이신문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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