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법조계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A씨 유족이 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의 배우자 B씨는 2009년 7월, 2011년 2월, 2016년 7월 A씨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계약 3건을 체결했다. A씨는 보험 가입 전부터 사망 전까지 건설현장 일용직 근로자로 근무하다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사망했다.
A씨 유족은 보험사에 보험금 2억2320만원 지급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로부터 거절당했다. 이에 유족은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보험가입 당시 직업을 사고 발생 위험이 낮은 ‘사무원’, ‘사무직 관리자’, ‘건설업 대표” 등으로 기재했다. A씨는 계약 체결 이후에도 고지된 직업과 실제 직업이 다르다는 것을 통지하지 않았다. 이에 보험사는 보험계약자가 중요 사항에 대한 통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1심은 A씨의 경우 고지 의무를 위반했으나 실제 보험 기간 중 직업이 변경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통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피보험자가 직업을 잘못 기재했을 경우 보험사는 ‘고지 의무’와 ‘통지 의무’ 위반을 주장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고지의무란 보험계약 당시 계약자가 중요한 사실을 보험사에 알릴 의무이며 통지의무란 계약 기간 중 사고 발생 위험이 크게 커지거나 늘어난 사실을 알았을 때 알릴 의무다.
해당 사건은 A씨 측이 직업을 속였다는 ‘고지의무’ 위반은 계약일로부터 3년을 넘겨 제척기간이 지나 위험 직업을 유지한 것이 ‘통지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만 쟁점이 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의 주장과 같이 보험약관상의 계약 전 알릴 의무와 계약 후 알릴 의무를 경합적으로 위반한 것으로 본다면 보험사는 기간 제한 없이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돼 보험계약자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당할 수 있는 불안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보험계약 기간에 실제 직업이 변경되지 않았다면, 보험사에 고지된 직업과 다르더라도 이 사건 각 보험약관의 계약 후 알릴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보험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기각했다. 법원은 계약 기간 중 실제 직업이 바뀌지 않았다면 보험사에 고지된 직업과 다르더라도 ‘통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역시 “통지의무는 보험계약 성립 시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 이후 보험기간 중에 사고 발생의 위험이 새롭게 변경 또는 증가한 경우에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며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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