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이호영 기자] 신세계면세점은 혹한기 면세업 생존 방안으로 인천공항에 올인하고 있다.
수익성 확보는 물론 세계 1위 인천공항에서의 점포 운영 경험은 향후 해외 입찰 등에서 발판이 돼줄 것으로 보인다.
한정된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여행객을 대상으로 수요를 넓혀가는 롯데·신라면세점과 달리 신세계면세점은 아직 해외 점포가 없고 운영 경험도 전무하다.
29일 업계 등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은 글로벌 진출 관문격인 세계 1위 인천국제공항에서 글로벌 인지도와 점포 운영 역량을 키워나가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사실 후발 주자인 신세계면세점으로서는 롯데·신라 양강과 달리 선택지가 별로 없다.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점을 빼면 서울점과 부산점 단 2개의 시내 점포만 있다. 앞으로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다면 인천공항 매장 운영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상황이다.
고환율 등으로 면세 쇼핑이 저조한 현재로서는 영업 적자를 넘나드는 롯데·신라 양강에 비해 운영 매장이 적은 신세계면세점이 비교적 수월하게 실적을 회복하는 모습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시장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는 여지도 생기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 한 해 정도만 870억원대 영업 손실을 입었다. 지난해엔 매출이 반토막(중국 대리구매상 이탈 여파) 나긴 했지만 영업이익은 866억원으로 2019년 1116억원에 근접한 상태다.
현재 면세점 업계는 인천공항 매장 경우 매장별 공사 일정과 계획에 따라 차례로 열고 있다. 인천공항에 따르면 지난해 신라·신세계면세점, 현대면세점에 낙찰된 5개 신규 사업권 90개 매장 가운데 7월 기준 문을 연 매장 비율은 약 67%다.
신세계면세점도 67~69% 개점률을 보이고 있다. 향수·화장품, 주류·담배(DF2 사업권) 매장 개점율은 약 68.8%다. 규모 약 1425평(4709㎡)으로 제1 여객 터미널(T1)에 매장 7개, 제2 여객 터미널(T2)에 매장 8개, 탑승동 주류·담배 1개, 모두 16개 매장이 있다. 이 가운데 11개가 문을 열었다. 패션·액세서리·부티크(DF4 사업권) 매장 개점율은 66.7%다. 규모는 1572평(5198㎡) 가량으로 T1과 T2, 탑승동에 걸쳐 자리잡은 21개 매장 중 운영에 들어간 곳은 14개다.
올 연말을 거쳐 내년 초면 신규 사업권 매장 대부분이 운영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연내 기준 개점율 약 86.7%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인천공항은 올 1분기 공항 트래픽이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을 거의 회복(97%)하고 있다. 이 여객 수에 비례해 임대료를 받기로 했지만 면세 소비는 늘지 않고 있어 우려를 키운다.
실제 지난 1분기 신세계면세점은 매출 4967억원, 영업이익 72억원으로 직전 2022년 1분기 5112억원에 비해 4.8% 역성장했다. 힘을 싣고 있는 공항점(-6%)이 시내점(-4%)보다 영업이익 하락률이 더 높은 상황이다.
인천공항 임대료는 월 수백억원대로 코로나 팬데믹 동안 입출국객이 없고 공항 셧다운 상황에서 입점 기업 적자 주범으로 지목됐다. 이 기간을 거치며 기존 고정 임대료에서 매출 연동으로 조정됐다가 엔데믹 전환 후 운영하게 된 신규 사업권 매장(2023년 7월~)부터는 여객 당 임대료로 적용되고 있다.
여객 당 임대료의 최저 수용 금액을 보면 DF2 사업권 5617원, DF4 사업권 1863원 가량이다. 지난해 입찰 당시 신라·신세계면세점 모두 최저 수용 금액의 2배 가량으로 낙찰 받은 것으로 알려지며 ‘승자의 저주’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일각의 우려와 달리 신세계면세점은 임대료가 실적 개선에 걸림돌이 될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아직 매출 연동 방식의 임시 매장 형태도 많은 상황”이라며 “앞으로 영업을 활성화하고 객단가를 높이는 게 관건”이라고 봤다. 이어 “임대료가 높아도 객단가가 높으면 이윤은 남는다”고 강조했다.
현재로선 이 객단가를 높이는 데 주력하겠단 입장이다. 앞서 지난해 말엔 항공 마일리지로 면세 쇼핑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홍콩·동남아에서 영향력이 큰 캐세이퍼시픽과 마케팅 협약을 맺고 개별 여행객 확대에 나섰다. 신세계그룹 통합 멤버십인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과 연계해 이를 더욱 높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 신세계면세점의 주류·담배 매장은 탑승동 1개 매장까지 9개, 화장품·향수 매장은 7개다. 화장품·향수, 주류·담배 사업권에 비해 패션·액세서리·부티크 사업은 여객 당 임대료 최저 수용 금액 수준이 3배 가량 낮다. 품목 간 신세계면세점 여객 당 단가 차이도 이 비율만큼은 유지된다고 보면 이들 화장품과 주류 객단가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올 들어 신세계면세점의 각종 마케팅도 임대료 부담이 더 큰 주류·뷰티 등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엔 MZ 타깃의 6세대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한 K 뷰티 ‘설화수’ 할인 행사, 명품 화장품 ‘프라다 뷰티’ 팝업 등 인천공항점 뷰티 행사를 지속해오고 있다.
개별 여행을 즐기는 20~30대 젊은층과 소비자 성향 변화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들이 많이 찾고 있는 향수 품목 경우 신세계면세점은 자체 향기 ‘폴 앤 바니’까지 개발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 인천공항 T1에서는 국내외 58개 브랜드의 향수 전문관 ‘퍼퓸 아틀리에’도 운영하고 있다. ‘맞춤형 조향 클래스’ 등 체험 행사도 강화하고 있다.
7월 들어서는 100여종의 프랑스 와인 반값 행사(~8월11일), 선물용 타깃의 소주와 막걸리 등 K 주류 프로모션도 잇따르고 있다.
신세계면세점도 객단가 높은 중국 단체 관광객(유커) 회복은 중요하다고 본다. 동시에 중국 의존도를 낮춰나가는 다변화 노력도 중시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3성급 호텔 등 유커 등 단체 여행객을 유치할 만한 국내 관광 인프라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환율 등 글로벌 업황이 면세 쇼핑 실적엔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며 “환율 보상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모바일 여권 등 면세 쇼핑 편의 등도 개선하면서 내국인을 포함해 개별 여행객 유치,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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