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가상자산 거래소 점유율 2위에 머물렀던 빗썸이 1위 업비트와의 격차를 꾸준히 줄여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30%포인트가 넘는 간극을 좁히기 위해 실명계좌 은행 교체라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9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빗썸이 농협은행과 맺은 실명계좌 제휴 만료일이 다가오며 KB국민은행으로의 파트너 변경을 고심하고 있다.
빗썸은 실명계좌 계약을 위해 국민은행과 꾸준히 협상을 시도해왔다. 농협과 재계약을 앞둔 지난 2월 국민은행과 접촉, 실사까지 마무리됐으나 결국 최종적으로 계약이 불발되며 3월 농협은행과 6개월짜리 재계약을 체결했다.
반년짜리 실명계좌 계약에서는 제휴 은행 변경을 위한 빗썸의 의도가 엿보인다. 농협과 빗썸은 지난 2018년부터 실명계좌 계약을 매년 갱신했으나, 대다수 1년 단위로 재계약을 갱신해온 바 있다.
빗썸이 은행 변경을 시도하는 까닭은 만년 2위 위치를 탈출을 위함이다. 지난 2020년 업비트는 IBK와 계약을 종료하고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로 실명계좌 은행을 교체한 이후 거래량 1위를 차지했다. 2위로 밀려난 빗썸은 수 년째 업비트에 이어 뒷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의 점유율 상승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젊은층이 많은 가상자산 시장 특성상 인터넷은행이 계좌 개설과 입출금에 있어 접근성이 더 높았던 것이다. 또한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계좌 개설시 농협이 요구하는 서류와 절차가 복잡하고, 농협의 비대면 계좌 정책상 최초 거래 고객의 한도는 일일 100만원밖에 되지 않는 문제도 있었다.
빗썸은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주거래 은행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주요 설문 항목은 이용자의 급여통장 및 주거래 은행 등으로, 실명계좌 변경시 이용자들의 반응을 미리 조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빗썸의 노력에도 그간 국민은행이 제안을 거절해온 데에는 내외부적인 걸림돌이 있었다. 당시 국민은행은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전에는 정책 불확실성이 남아있고, 자사 역시 자금세탁방지(AML)체계 구축 등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준비가 부족하다며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법적 불안정성은 지난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며 가상자산 거래소업이 제도권에 편입되면서 해소됐다는 평가다. 이와 동시에 빗썸의 거래량 역시 지난 2분기 63%인 업비트를 뒤쫓아 32%까지 점유율이 확대됐다. 한 때 업비트 점유율이 90%까지 넘나들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놀라운 성과다. 은행 입장에서도 늘어나는 이용자들의 예치금을 운용해 수익을 늘릴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재계약 여부 결정을 위한 시간은 약 한달가량 남았다. 빗썸과 농협은행의 계약 갱신일은 오는 9월 24일이다. 지난 6월 개정된 특금법에 따르면 은행과 거래소는 실명계좌 재계약 여부를 한달 전에 금융당국에 알려야 한다. 이에 따라 양측이 협의할 수 있는 시간은 오는 8월 23일까지로, 한달이 채 남지 않았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빗썸과 계약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입장”이라며 “하지만 은행만 원한다고 되는게 아니기 때문에 재계약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 전했다.
빗썸은 오는 29일 투자자보호센터를 빗썸라운지로 확대하고 이용자들에게 공간을 제공한다. 해당 라운지에서는 농협은행 신규 계좌를 직접 개설하고 가입할 수 있다.
빗썸 관계자는 “은행과의 계약은 늘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전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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