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2024 세제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 아파트에 거주하는 4인 가구(향후 상속인 3명 기준)는 별도 재산이 없는 한 따로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반면 강남과 서초구 등은 여전히 최소 80% 이상의 아파트가 상속세 대상이 된다. 올해 세제개편안이 부자 감세가 아닌 중산층의 부담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28일 서울경제신문이 부동산R114에 의뢰해 받은 26일 기준 서울 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모든 아파트 가격이 17억 원 이하인 구는 노원·도봉·강북·동대문·중랑구 등 총 11개 구로 조사됐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44%는 아파트 시세가 모두 17억 원을 밑돈다는 뜻이다. 중구(97%)와 동작구(91%), 서대문구(99%) 등도 전체 아파트 입주 가구 중 90% 이상이 17억 원 이하의 시세를 보였다.
이는 이들 지역 거주민 대다수가 이번 세제개편안의 혜택을 보게 된다는 의미다. 현행 상속세제에서는 일괄공제(5억 원)와 배우자공제(최소 5억 원)를 합산한 액수 또는 기초공제(2억 원)와 자녀·장애인·미성년자·연로자공제 등 인적공제에 배우자공제를 더한 값 가운데 높은 금액을 고르게 돼 있다. 상속재산가액에서 둘 중 공제액이 큰 것을 빼 과세표준을 정한다.
지금까지는 인적공제액이 일괄공제보다 금액이 적어 사실상 ‘일괄공제+배우자공제’ 조합을 활용해 최소 10억 원의 공제를 받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자녀공제를 5억 원으로 늘리기로 하면서 4인 가구에서는 ‘기초공제+인적공제+배우자공제’를 합쳐 17억 원의 공제를 받는 것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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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1명과 자녀 1명이 함께 거주하는 3인 가구를 놓고 봐도 서울 대다수의 구에서 상속세를 안 내도 되는 사례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도봉구와 강북구의 경우 모든 아파트 가구의 시세가 12억 원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성북구(91%), 동대문구(89%), 은평구(92%) 등도 시세 12억 원 이하 아파트 거주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반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경우 시세가 17억 원을 넘는 가구의 비율이 높았다. 송파구는 전체 아파트 가구의 54%가 17억 원을 넘었다. 강남구는 이 비율이 약 83%나 됐으며 서초구는 약 85%에 달했다. 강남 3구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구 중 시세가 17억 원을 초과하는 곳은 총 16만 9275가구로 전체(23만 4385가구)의 72.2%나 됐다. 강남 3구 지역의 경우 상속인이 3명이라고 해도 상속세를 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용산구(54%) 역시 반 이상의 아파트 입주 가구의 시세가 17억 원을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세법 개정으로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들 세대의 경우 형제도 많은 데다 현재 시점에서 상속과 가장 관련이 깊은 연령대이기 때문이다. 한 회계법인 대표는 “현재 주요 상속인들의 연령은 50~60대”라며 “현재 돌아가시는 분들은 주로 80~90대”라고 설명했다.
이번 세제 개편이 중장기적으로 저출생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자녀공제 금액이 대폭 올라가는 만큼 다자녀 가구에 큰 혜택을 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다자녀 가구를 우대하는 것은 저출생 문제를 염두에 둔 측면도 있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그동안 활용도가 낮았던 다른 인적공제를 사용할 길이 열렸다는 해석도 있다. 일괄공제와 달리 자녀공제를 활용할 때는 장애인·미성년자공제도 합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공제는 1인당 1000만 원에 기대 여명 연수를, 미성년자공제는 1명당 1000만 원에 19세까지의 잔여 연수를 곱해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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