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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리더십] ① 위기 봉착한 25년 혁신경영…’리밸런싱’으로 답 찾는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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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DB
[사진=아주경제 DB]

1998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의 키를 잡기 시작한 후 SK는 ‘생존→혁신→상생’의 과정을 거치며 2022년 재계 서열 2위로 등극했다. “10년 뒤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늘 생각해야 한다”며 1980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등을 인수한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의 가르침은 최태원 회장의 경영에 그대로 녹아 있다. 국가경제 위기에서 반도체, 바이오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그룹의 사업을 크게 확장했다. 성장 이후에는 기업의 가치를 이익 창출에 두지 않고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금에 와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모범사례로도 꼽히고 있다. 다만 혁신의 성과를 계열사별로 평가하면서 그룹 내 경쟁이 심화돼 이로 인한 경영 효율성 하락, 중복 투자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라는 한계에 봉착한다. 작금을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위기로 판단한 최 회장은 그룹 재조정을 통한 ‘근본적 혁신’에 나섰다. 
 

◆’위기를 기회로’, 최태원에 의한 혁신적 변화

1998년 8월 최종현 선대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SK그룹은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의 위기를 맞는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와 겹친 선대회장의 별세는 재계 5위 SK그룹의 생존과 직결된 현안이었다.
 
만장일치로 경영권을 승계한 최태원 회장은 “혁신적 변화(Deep Change)를 할 것이냐, 천천히 사라질 것이냐(Slow Death)”라는 취임 일성과 함께 생존을 위해 그룹 체질 변화에 나섰다.
 
근본적 변화에 초점을 뒀던 최 회장은 △120조원 규모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투자 △이천·청주 스마트에너지센터 건설 △1조2000억원 규모 베트남 빈그룹 투자 △배터리 동박 기업 KCFT 인수 △6000억원 규모의 해외 바이오·에너지 투자를 단행하면서 통신·섬유·석유화학 중심이던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정립한다. 극심한 경제위기로 투자를 줄였던 다른 기업들과 달리 평가절하된 기업 인수합병(M&A)과 신사업 투자로 성장 기반을 다진 SK그룹은 외환위기 극복과 함께 폭발적인 성장을 하게 된다. 
 
최 회장의 가장 놀라운 업적은 단연 2012년 하이닉스 인수로 꼽힌다. 최 회장은 인수 첫해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타 업체들이 투자를 주저할 때 역발상으로 3조8500억원을 투자했고, 2013년에는 연구개발(R&D) 비용을 1조원 이상 투자했다. 이 같은 결단은 반도체 경기 호황과 함께 SK하이닉스의 전대미문 매출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하이닉스는 SK에 편입된 이후 10년간 매출이 약 4배, 영업이익은 약 34배 증가했다. SK는 그 덕분에 재계 2위로 올라섰을 뿐만 아니라 제조업 수출 비중이 70%를 넘어서는 수출지향형 기업집단으로 탈바꿈했다.


 

◆100년을 본 미래 투자, 상생경영으로 글로벌 재계 스탠더드로

최 회장의 혁신은 반도체에서 멈추지 않았다. 최 회장은 2002년부터 바이오 사업에 집중 투자하기 시작했으며, 2011년 사업조직을 분할해 SK바이오팜을 출범시켰다. 2015년 SK바이오팜의 물적분할을 통해 신약 개발부터 생산까지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고 2018년부터는 본격적인 해외 투자에 나섰다. 바이오사업은 2019년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발작 치료제, 수면장애치료제 등에 대해 승인을 받아낸다. 국내 기업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복수로 보유한 기업은 SK바이오팜이 유일하다.
 
생존과 혁신에 중점을 뒀던 최 회장은 2018년 돌연 기업의 최우선 가치를 ‘상생’으로 정하면서 그룹은 외환위기 이후 다시 한번 큰 변화를 겪는다.
 
2018년 3월 서울 종로구 소재 SK서린빌딩에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를 만나는 자리에서 최 회장은 “SK는 경제적 가치만 추구했던 기업에서 사회적 가치도 추구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 혁신성장과 관련해 정부와 대기업이 서로 대화를 나누며 보조를 맞춰 시너지가 나도록 해야 한다”고 발언한다. 이듬해 3월 중국 하이난다오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개막식에서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회계 시스템을 도입해 결국에는 우리 사회를 더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사회적 가치를 측정할 수 없다면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SK그룹 ‘파이낸셜 스토리’의 본격적 시작이다.


 
그룹의 사업이익뿐 아니라 환경·노동·시장 등 전반적인 사회에 미치는 모든 영향을 숫자로 환산해 표시한다는 파이낸셜 스토리는 기업의 이익 추구 집단이라는 한계성을 넘어 사회적 조직으로 승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각 계열사들은 친환경 R&D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배출가스를 줄이고, 고용과 투자를 늘렸다. 이를 통해 SK그룹은 2022년 기준 약 20조원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글로벌 기업들은 최 회장의 파이낸셜 스토리를 ESG 경영의 모범으로 치켜세웠다.
 

◆파이낸셜 스토리의 한계···’다시 기본으로’ 그룹 ‘리밸런싱’ 본격화

 
약 5년간 집중적으로 추진됐던 그룹의 경영전략인 파이낸셜 스토리는 고금리,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을 맞으면서 한계를 보여줬다. 계열사별로 파이낸셜 스토리에 대한 평가를 하기 시작하면서 동반성장보다는 경쟁을 하기 시작했고 무리한 중복 투자가 발생했다.
 
2020년 325개 수준이었던 SK그룹의 연결회사는 지난해 말 기준 716개로 120.3% 증가했다. 한 해에만 190여 개 법인이 연결회사에 추가되면서 투자 효율성은 바닥을 치게 된다. 이 와중에 11번가, 그린랩스, 빗썸메타, 코빗 등 신사업이 실패했으며 태양광 사업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수십조 원이 투자된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전기차 판매 성장률 저하와 함께 수익성이 크게 저하되며 모회사 SK이노베이션과 그룹 전체 재무구조를 크게 악화시켰다. 재계는 이 같은 결과를 파이낸셜 스토리의 부작용으로 평가했다.
 


1998년 천천히 사라진다는 ‘슬로 데스’를 언급한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부터는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그리고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면서 ‘서든 데스(돌연사)’ 위험성을 경고했다.
 
올해 초부터 최 회장을 비롯한 그룹의 CEO(최고경영자)들은 ‘근본적인 체질 변화’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난달 28일부터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새로운 경영전략을 수립한다.
 
‘다시 기본으로(Back to the Basic)’이라는 슬로건 아래 생존을 위한 대대적인 ‘리밸런싱’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무분별하게 진행된 투자를 일원화하거나 처분하면서 효율성을 제고하고, 그룹 차원에서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연결회사를 정리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SK E&S △SK에코플랜트-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에센코어 △SK온-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 등 주요 계열사들을 합병했다.
 
또 그룹은 내년까지 재원 80조원을 확보하고, 운영 개선을 통해 3년 내 FCF(잉여현금흐름) 30조원을 만들어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관리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지주사 겸 투자전문사인 SK(주)의 신규 투자는 한동안 축소될 예정이다.

이 기간 그룹의 투자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에 집중된다. SK하이닉스는 리밸런싱 작업과 별개로 2028년까지 향후 5년간 총 103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HBM 등 AI(인공지능) 관련 사업 분야에 약 80%(82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5년간 3조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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