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욱주 동성제약 기획마케팅본부 부장 “정로환 때문에 감사하다는 편지도 받아”
“한국 전쟁 이후 설사로 인한 영양실조에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특별한 약이 없던 때 동성제약이 ‘정로환’을 출시해 국민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문욱주 동성제약 기획마케팅본부 부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동성제약이 정로환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위생이 좋지 않았던 과거에는 세균성 설사, 장 질환 등이 많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성제약 설립자인 고(故) 이선규 명예회장이 직접 일본으로 넘어가 일본 정로환의 제조·배합 기술을 배웠고 한국인에게 맞는 정로환을 개발했다. 일본 정로환은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의 설사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됐다.
정로환은 1972년 출시와 동시에 큰 인기를 얻었다. 문욱주 부장은 “이 명예회장이 발로 뛰면서 마케팅에 나섰다. 해수욕장에서 여행 온 사람들에게 샘플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정로환을 알렸는데 효과가 컸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문 부장은 “당시엔 지방으로 여행 가면 물갈이(세균성 설사)를 할 정도의 시기였으니 사람들이 효과를 바로 체감했다. 이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하면서 정로환을 홍보했다”라고 말했다. 당시 동성제약은 정로환 단일 제품 하나로 약 50억 원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정로환의 효과는 좋지만 특유의 소독약처럼 코를 찌르고 머리가 아파져 오는 냄새가 특징이었다. 이에 동성제약은 1988년 냄새를 없애기 위해 약의 표면에 백당을 코팅 처리를 한 ‘정로환 당의정’을 출시했다.
이어 약 30년이 지난 2019년 ‘동성 정로환 에프 정’으로 새단장하며 크레오소트 대신 ‘구아야콜’을 주성분으로 변경했다. 이를 통해 기존 제품의 정장 효과는 그대로 살리면서 냄새는 줄였고, 설사와 배탈 외에도 소화불량과 체함 등에도 효능과 효과가 있도록 기능을 강화했다.
문 부장은 “정로환의 시초는 일본이었지만, 지금 정로환은 성분도 다르다. 동성제약의 기술력을 확인하기 위해 일본에서 찾아올 정도”라고 미소지었다.
동성제약은 제품력으로 오랜 사랑을 받아온 만큼 홍보를 강화해 더 많은 소비층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동성제약은 2019년 정로환의 올드한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먹방’ 개그맨 김준현을 모델로 선정해 TV 광고를 선보였다. 해당 광고에서 김준현은 뱃속 전쟁을 해결하는 히어로 ‘정로환맨’으로 활약하며 “체함, 배탈, 설사에는 정로환!”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문 부장은 “젊은 층에도 어필하기 위해 홍보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라면서 “최근에는 랩 형식의 라디오 광고를 진행하기도 했다. MZ세대들에게 제품을 어떻게 알릴 수 있을지 늘 고민한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람들에게 제품의 효능·효과를 알리고 인지도를 더욱 끌어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한 여행 유튜버가 정로환을 여행 시 지니는 제품으로 소개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동성제약은 ‘가정상비약’뿐만 아니라 낯선 여행지에서의 배탈 치료제로도 적절하게 복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소비자의 꾸준한 사랑에 힘입어 정로환의 매출은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제품 리뉴얼 뒤인 2020년 연매출 50억 원을 넘었고고, 지난해 연간 매출액 100억 원을 돌파했다. 특히 다른 제약사에서 ‘정로환’을 만들기도 했지만, 동성제약 정로환의 아성을 뛰어넘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졌다.
문 부장은 “동성제약은 ‘정로환 동’이라는 시설 설비가 있어 자체 생산이 가능하다”라면서 “좋은 품질을 유지하다 보니 동성제약 하면 정로환을 떠올릴 정도로 인식이 강해졌다. 철옹성 같은 이미지가 있어서 다른 회사에서 따라오기는 힘들 것 같다”라고 말했다.
좋은 효과에 소비자들로부터 감사하다는 편지를 받기도 했다. 문 부장은 “‘너무 좋은 약 때문에 감사하다’는 친필 편지를 받기도 했다. 일종의 팬덤이 형성됐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로환은 동성제약의 아이덴티티에 가까운 제품이다. 국민의 사랑으로 이만큼 올라오게 돼 감사하다. 많은 사랑을 받아 지난해 100억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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