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뉴스1) 권혁준 기자 = 늘 담담한 표정을 짓는 그였지만, ‘단체전 10연패’의 목표를 이룬 순간만큼은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여자 양궁 대표팀의 ‘에이스’ 임시현(21·한국체대)은 “우리의 도전이 역사가 될 수 있어 영광스럽고 감사하다”며 기뻐했다.
임시현과 남수현, 전훈영이 함께 한 양궁 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슛오프 끝에 5-4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 우승으로 한국은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1988 서울 올림픽부터 무려 10연속 금메달을 수확하는 대업을 이뤘다.
금메달을 걸고 공동 취재 구역에서 만난 임시현은 “한국 입장에선 왕좌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지만, 40년이 흐르고 멤버가 바뀐 지금 저희에게 10연패는 새로운 도전이자 목표였다”면서 “우리의 도전이 역사가 돼 기쁘고, 무엇보다 (전)훈영 언니, (남)수현이와 함께 이룰 수 있어 더 좋다”고 했다.
랭킹라운드에서 세계신기록을 작성한 임시현은 단체전 토너먼트에서도 마지막 주자로 중심을 잡으며 팀을 이끌었다.
올림픽 경험이 많지 않은 멤버 중 에이스 칭호를 받는다는 중압감도 없진 않았지만, 임시현은 오히려 동기부여로 삼았다고 했다.
그는 “부담도 됐지만 그래도 에이스라고 해 주시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했다”면서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는 원동력이 됐고 결과도 좋았다”며 웃어 보였다.
다만 10연패의 마지막 관문이던 결승전에선 흔들리는 순간도 있었다. 4세트 마지막 두 번의 화살을 모두 8점에 꽂으면서 경기가 슛오프로 이어진 것.
임시현은 “오조준 포인트를 잘 못 잡았다. ‘뭐지, 바람이 안 부는 게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어진 슛오프는 정말 긴장됐지만 더 집중했다. 우리가 노력한 게 이 한 발의 화살로 무너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올림픽 3관왕을 노리는 임시현은 첫발을 힘차게 내디뎠다.
그는 “단체전 목표를 이룬 만큼 개인전과 혼성전도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싶다”고 했다.
단체전보다는 개인전이 좀 더 자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임시현은 “단체전은 내가 실수하면 다른 선수와 같이 메달을 못 따는 것이라 부담이 크다”면서 “개인전은 실수해도 내 탓, 잘해도 내 탓이다. 자신감은 좀 더 크다”며 웃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