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정용진 ‘외사촌 동맹’ 위기극복 손잡아
[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사촌지간인 이재현닫기이재현기사 모아보기 CJ그룹 회장과 정용진닫기정용진기사 모아보기 신세계그룹 회장이 손을 맞잡았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유통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동맹이다.
CJ와 신세계 모두 범삼성가 일원이라 두 그룹간 제휴는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과거 삼성과 CJ가 재산분쟁으로 소송까지 벌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일 수도 있다. CJ와 신세계도 과거 사업적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재현 회장과 정용진 회장 두 사람 모두 고(故) 이병철닫기이병철기사 모아보기 삼성그룹 창업주 손자로 외사촌지간이다. 이 회장 부친인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과 정 회장 모친인 이명희닫기이명희기사 모아보기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남매지간이다.
이재현 회장은 1960년생으로 올해 64세, 정용진 회장은 1968년생으로 이 회장보다 8살 어리다. 두 사람은 경복고 동문으로 이 회장이 54회, 정 회장은 62회 졸업생이다. 대학은 각각 고려대 법대, 브라운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재현 회장과 정용진 회장은 급변하는 사업환경 속 1등 자리를 되찾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두 그룹 모두 계열사 대표를 대상으로 파격적 ‘수시 인사’를 이어가며 위기극복에 나서고 있다.
CJ와 신세계는 또 쿠팡이라는 ‘공적(?)’을 두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햇반으로 쿠팡과 납품가 갈등, CJ대한통운도 쿠팡과 물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는 쿠팡에게 유통 1위 자리를 내주고 절치부심하고 있다.
최근 급변하는 사업환경도 이들이 손을 잡게 만들었다. 소비패턴이 달라졌고, 고물가, 저출산 등으로 내수 시장이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초저가 전략을 내세우는 중국 이커머스까지 등장하면서 경쟁 환경은 더욱 치열해졌다.
CJ와 신세계가 업무협약을 맺은 장소도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협약식 장소는 서울시 중구 필동 CJ인재원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에서 외사촌 형제들이 손을 맞잡았다”며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하는 이들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사실 CJ와 신세계는 과거에도 손을 맞잡은 적이 있다. 지난 2015년 신세계가 시내 면세점 사업 유치에 성공하자 재계는 ‘외사촌 동맹의 힘’이라고 의미부여를 했다. 신세계가 CJ E&M과 제휴해 서울 명동과 남대문 지역을 잇는 ‘한류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겠다는 전략이 먹혔기 때문이다.
갈등을 겪은 적도 있다. 지난 2010년 CJ제일제당은 이마트와 햇반 기획상품으로 갈등을 겪었다. 이마트 저가정책에 반발한 CJ제일제당이 대형마트에 대한 햇반 공급을 중단하며 마찰이 발생했다.
때로는 파트너로 때로는 경쟁하면서 사업을 이어온 이들이 최근 다시 한번 파트너로 손을 맞잡은 것이다.
이재현 회장과 정용진 회장은 이번 사업제휴를 통해 물류, 상품, 미디어 등 전 분야에서 각자가 강점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다방면에서 제휴를 강화했다. 특히 힘을 준 부분은 ‘물류’다. G마켓은 CJ대한통운 오네(O-NE) 서비스 도입을 통해 내일도착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달부터 G마켓 익일보장 택배는 CJ대한통운이 담당하고 있다. ‘O-NE’서비스 도입으로 G마켓 기존 스마일배송보다 주문할 수 있는 시간이 확대됐다.
셀러를 대상으로도 도착보장 서비스 협력을 확대한다. 셀러가 도착보장 모델에 동의하면 다양한 프로모션 혜택을 주는 식이다. 셀러는 판매를 늘릴 수 있고 고객은 더 많은 상품을 빨리 받을 수 있다. 쿠팡이 ‘로켓그로스’를 도입해 중소입점 사업자들 상품도 로켓배송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과 비슷하다.
SSG닷컴은 물류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쓱배송과 새벽배송, 물류센터 등 시스템 운영 상당 부분을 CJ대한통운에 맡기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특히 김포 NEO센터 두 곳과 오포에 지은 첨단 물류센터를 CJ대한통운에 단계적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G마켓과 SSG닷컴은 물류 전문기업 CJ대한통운 배송 네트워크를 활용해 운영 효율을 높여 고객 편익을 증대하고, 물류 운영 원가를 상당 부분 절감할 수 있다.
CJ대한통운은 신세계와 전방위적 물류 협력을 통해 국내 최대 규모 물류협력을 할 예정이다. 이번 물류협력을 모범사례로 삼아 CJ대한통운은 1PL(자사물류)의 3PL(제3자물류) 전환을 본격 확대한다.
CJ 신제품을 이마트 온·오프라인에서 선제적으로 론칭해서 소비자들 반응을 살펴보거나 상품 기획단계에서부터 양사가 머리를 맞대고 공동 개발에 돌입하는 등 상품 차별화 계획도 있다.
최근 유통업계 핵심 경쟁력으로도 꼽히는 멤버십에도 힘을 준다. 현재 신세계는 신세계포인트와 신세계유니버스클럽 등을 운영 중이고, CJ는 CJ ONE 포인트 멤버십을 갖고 있다.
신세계 멤버십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든다는 강점과 CJ는 CGV, 올리브영 등 전문 분야에서 사용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양사 멤버십 혜택을 공유해 적립처와 사용처 등 고객 혜택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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