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가 ‘역대급’ 노사 갈등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 역사상 최초로 노조가 총파업을 선언한 것이다. 잇따른 임금 협상 실패로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일반 직장인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11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는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다. 이번 파업은 지난해 삼성전자 DS 부문 성과급이 ‘0원’으로 책정되며 불이 붙었다. 지난해 반도체 업계 불황으로 DS 부문이 14조 88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함에 따라 성과급도 0 원으로 산정된 것이다.
문제는 임원 및 타 부서 직원과의 성과급 격차였다. 같은 시기,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부는 연봉의 최대 50%를 성과급으로 받았으며 최근 3년 실적을 기준으로 성과급이 책정되는 DS부문 임원들 역시 적지 않은 금액을 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같은 불황을 겪은 경쟁사 SK하이닉스가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삼성전자 직원들의 불만은 커졌다.
현재 전삼노의 요구사항은 ▲전 조합원 기본 인상률 3.5% ▲노동조합 창립 휴가 1일 보장 ▲성과급 제도 개선(성과급 인상률 2.1%)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23일에도 제9차 임금 교섭에 나섰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귀족 노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비단 삼성전자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굵직한 대기업들의 강경한 노조 활동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배부른 소리” VS “당연한 노동자의 권리”
대기업 강경 노조 어떻게 생각하세요?
경기도의 한 제조업체에서 경리 업무를 맡고 있다는 직장인 A 씨. 그는 최근 삼성전자 파업 소식을 두고 “낯설게 느껴지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저는 최저시급에 가까운 월급을 받고 있어요. 매년 최저시급이 오르면 저를 비롯한 동료들의 연봉을 조정해야 하는데, 이 얘기를 (대표에게) 꺼내는 것도 눈치가 보이죠. 사실 당연한 건데, 회사 상황이 매년 나빠진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제 상황이 이러니 뉴스에서 ‘어디 기업 노조 파업했다더라’ 들려오면 이미 연봉도 높은데 회사에 저렇게 요구할 수 있다는 게 그저 신기하죠.”
서울 소재 대기업 직원 B 씨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다. 그는 “회사에 노조가 있긴 하지만 매년 무교섭으로 임금이 결정된다”라며 “(노조가) 강력하게 나설 수 있는 건 그만큼 직원들이 어떤 힘을 가졌는지 잘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B 씨는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기업에서 파업으로 생산이 중단되면 기업, 소비자에 피해가 생기겠지만 저희 회사에선 (파업을 해도) 그만큼의 영향력은 없을 것 같다”라며 “그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노조도 유명무실하지 않나 싶다”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감정에 대해선 “물론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서 그렇게(파업) 하시는 거겠지만 요즘처럼 경제 상황이 나쁠 때도 임금 인상과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이 좋게 보이진 않는다”라고 전했다.
반면 노조에 대한 부정적 시선은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의견도 있다. 노조 결성과 활동은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인 만큼, 이미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노조 활동에 대한 비판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또한 귀족노조라는 비판의 근거가 되는 높은 연봉은 평균의 오류라고 주장한다. 현재 삼성전자의 경우 ‘평균 연봉이 1억이 넘는데 파업을 한다’라는 부정적 시선을 받고 있지만 이는 임원을 포함한 평균치로 실제 노조에 참여하는 일반 직원들의 사정은 다르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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