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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의 소비자 환불이 점차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번 사태의 핵심인 판매자 미수금의 향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내부 직원의 메모를 통해 미정산금 규모가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해당 자금에 대한 추적을 서둘러야 판매자들의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티몬·위메프가 판매자에게 지급하지 않고 빼돌린 자금이 어디로 갔는지를 파악하는 게 이번 사태 수습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티몬·위메프의 모기업 큐텐이 올해 2월 사들인 미국 샌프란시스코 기반 글로벌 e커머스 회사 ‘위시’의 인수 대금 2300억 원과 인수 후 작업 과정에 판매자들에게 지급할 대금이 상당 부분 투입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싱가포르기업청에 따르면 큐텐은 위시를 사들인 후 싱가포르에 ‘큐텐 위시 유한회사(QOO10 WISH PTE. LTD.)’를 새로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위시가 그동안 영업적자에 시달려온 만큼 신설 법인을 만들어 인수 이후에도 자금을 더 투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에 거주 중인 큐텐 판매자들도 정산 및 송금 지연을 겪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중국에 큐텐 자금 600억 원이 있다는 발언이 나온 것도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은 앞서 환불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에게 “중국에 있는 큐텐 자금 600억 원을 담보로 대출을 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25일 서울 강남구 티몬 사무실에서 발견된 직원의 다이어리에서 판매자 대금 정산 지연에 따른 피해액이 티몬만 5000억~7000억 원에 달하는 등 1조 원 이상이 될 것임을 암시하는 메모가 발견됐다. 이 같은 피해액이 현실화하면 판매자들의 연쇄 도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큐텐의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싱가포르 물류 회사 큐익스프레스는 기존 대표였던 구영배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하고 최고재무책임자(CFO) 마크 리를 신임 CEO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로 기존 목표였던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강행하려는 조치로 해석됐다. 큐텐과 큐익스프레스가 계열사인 티몬·위메프와의 관련성을 부인한 만큼 자금 추적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서울경제신문은 큐텐의 지배 구조와 자금 유용 의혹과 관련해 구영배 큐텐 대표와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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