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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 문어발 확장에 썼나”…해외 계열사 금고 보관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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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 문어발 확장에 썼나'…해외 계열사 금고 보관 가능성도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2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피해 판매자(셀러) 대책회의에 참석한 한 판매자가 머리를 감싸 쥐고 있다. 연합뉴스.

최대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티몬·위메프 판매자 미수금의 행방이 묘연한 것은 모기업 큐텐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문어발식 확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소비자와 판매자들이 받지 못한 자금 중 상당 부분이 큐텐의 무리한 인수합병(M&A)에 이미 사용됐거나 해외 계열사 금고에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티몬과 위메프가 사태 수습을 위해 자금 조달을 강구하고 있다지만 이에 앞서 판매자에게 미지급된 정산 대금의 향방을 추적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28일 싱가포르기업청에 따르면 큐텐은 현재 잠적 중인 대주주 구영배 대표가 42.77%의 지분을 보유한 싱가포르의 유한책임회사(LTD)다. 싱가포르 기반인 데다 유한책임회사 특성상 공시 사항이 적기 때문에 지배구조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구 대표가 지배하는 큐텐이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는 물류사 큐익스프레스를 갖고 있고 한국의 e커머스 업체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AK몰 등을 지배하고 있다. 이외에도 큐텐은 중국(M18.com)·인도(샵클루즈) 외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도 진출해 있다. 해당 기업들은 이번 티몬·위메프 사태를 통해 재무 건전성이 취약하고 사업 측면에서도 고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큐텐은 이러한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올해 2월 북미 기반의 미국 e커머스 위시를 약 2300억 원에 사들였다. 글로벌 e커머스 업체를 인수해 상황을 반전시키고 물동량을 늘려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에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위시 인수는 이번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의 트리거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적자를 이어온 큐텐그룹이 자체적으로 인수 금액을 조달할 능력이 없는 만큼 티몬·위메프 등 국내 e커머스의 현금 흐름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티몬·위메프 판매자들이 받아야 할 돈이 위시 인수에 쓰인 셈이다.

'큐텐, 문어발 확장에 썼나'…해외 계열사 금고 보관 가능성도

문제는 위시 인수가 큐텐의 패착이었다는 점이다. 큐텐에 위시를 매각한 미국 운영사 콘테스트로직은 매각 이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위시로 인한 당기순손실이 5900만 달러(816억 원)이라고 밝혔다. 손실을 내는 기업을 인수한 것이다. 특히 콘테스트로직은 위시 매각을 자사의 ‘가치 극대화 거래’라고 평가해 위시를 큐텐에 비싸게 팔았음을 암시했다. 이후 큐텐은 싱가포르에 ‘큐텐 위시 유한회사(QOO10 WISH PTE. LTD.)’를 설립했는데, 위시에 추가로 자금을 투입해 기업 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큐텐이 위시 외에 다른 계열사에도 자금을 전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은 환불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에게 “중국에 있는 큐텐 자금 600억 원을 담보로 대출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는데 이 돈의 출처부터 확실하지 않다. 큐텐이 글로벌 물류 회사를 목표로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특정 국가 사업체의 돈을 빼서 다른 국가로 보냈을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가장 많은 계열사가 있는 한국에서 대규모 자금이 유출됐을 수 있다.

현재 티몬·위메프는 모기업 큐텐이 해외 계열사 위시를 통해 700억 원(5000만 달러)을 조달해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위시 역시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자금을 조달한다고 해도 이 역시 위시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정산금을 가져오는 방식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 당국 관계자는 “신뢰할 수 없다”며 “사태를 해결하려면 구 대표가 전면에 나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텐데 여태껏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반응했다. 또 큐텐의 2대 주주인 ‘몬스터홀딩스’ 등 투자사들이 자금을 지원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현실성은 낮다. 이번 사태로 신뢰성이 무너진 사업 모델에 자금을 더 투입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폰지 사기’ 양상을 보이는 만큼 자금 추적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정산금 상당 규모가 무리한 기업 인수에 쓰였더라도 일부는 해외 계열사 등에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큐텐의 지배구조 및 자금 유용 의혹과 관련해 구 대표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서울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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