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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청약시장에서 한동안 외면받기 일쑤였던 ‘무순위 청약’ 단지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청약 당첨에 필요한 가점대가 치솟으면서 청약통장 보유 여부와 무관하게 추첨을 통해 새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된 결과로 해석된다. 아울러 거주지 및 주택 보유 여부와 상관 없이 청약할 수 있고, 전매 제한 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도 무순위 청약 열기를 더하는 요소로 지목된다.
2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이 서대문구 홍은13구역을 재개발해 짓는 ‘서대문 센트럴 아이파크’ 아파트는 지난 23일 94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무순위 청약에서 1995명의 신청자를 받아 평균 21.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앞선 지난 5월 28일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208가구 모집에 1518개의 청약통장을 받아 7.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3호선 홍제역이 도보 약 30분 거리에 있는 데다, 분양가도 인근 시세보다 다소 비싸게 책정되면서 시세 차익 기대감이 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파트 공급 부족 우려 및 전셋값과 매매가격 상승 여파에 아파트 청약 열기가 지속되면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됐다는 게 분양업계의 설명이다. 일반청약에 고점 청약통장이 대거 몰리자 상대적으로 가점이 낮은 수요자들이 무순위 청약 물량 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단지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일반청약 당시에는 분양가나 입지 측면의 단점이 부각되면서 수요자들에게서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며 “하지만 무순위 청약 물량이 풀린 이후에는 수요자들의 청약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10곳의 청약 최저 당첨 가점(커트라인)은 평균 58.90점으로 집계됐다. 작년 동기(55.54점) 대비 3.36점 올랐다. 이는 3인 가구(부양가족 2명·15점)가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 청약통장 보유 기간 ’10년 이상~11년 미만'(12점)을 충족해야 얻을 수 있는 점수다.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소규모 단지의 무순위 청약에도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
강서구 염창동 ‘염창역 동문디이스트'(66가구)는 지난 22일부터 이틀 간 14가구 모집에 946명의 신청자를 받아 67.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강서구 내발산동 ‘삼익 더 랩소디'(45가구)도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 간 진행한 무순위 청약에서 16가구 물량에 681명이 신청하면서 42.6대 1의 경쟁률을 썼다. 양천구 신정동 ‘어반클라쎄 목동'(44가구) 역시 최근 19가구 모집에 1149명의 무순위 청약자가 몰리며 60.5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무순위 청약 단지가 모두 시세 차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닌 만큼 입지와 단지 규모, 적정 분양가 여부 등을 꼼꼼하게 따져본 뒤 청약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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