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 밀착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라오스에서 주말 동안 숨 가쁘게 진행됐던 외교전이 종료됐다. 애초 기대를 모았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계기 남북 소통은 북측의 일관된 ‘무반응’으로 불발됐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8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엔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 외교장관 회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26일부터 양일간 조 장관은 △한·아세안 △아세안+3(한·중·일)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ARF △한·메콩 등 5개 외교장관회의를 비롯해 관련 회의에 참석한 10개국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한국 정부는 다자·양자 회의를 통해 북·러가 군사협력 등으로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국제 사회에 북한의 도발 중단 및 완전한 비핵화, 안보리 결의 이행을 촉구하는 ‘단호하고 단합된’ 메시지를 발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 장관은 EAS 회의를 마친 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취임 후 첫 약식 회동을 갖고, 최근 북·러 군사 협력 강화 등에 대한 정부의 엄중한 입장을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이에 라브로프 장관은 북한과 협력하는 데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지 않았으며, 최근 체결한 북한과의 조약도 방어적인 것이라는 취지의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조 장관은 ARF에서 우크라이나가 겪고 있는 인도주의적 상황 악화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지속할 것을 재확인했다. 또 EAS에서는 남중국해 해로의 평화·안정·안전이 한국 안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언급하고, 국제법 준수와 규칙 기반 해양질서 확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3년 만에 개최된 한·메콩 외교장관회의를 살름싸이 꼼마싯 라오스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공동 주재하고, 향후 협력 방향과 미얀마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한편, 남북은 이번 회의 기간 인사조차 주고받지 못해 불편한 관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지난 26일 조 장관은 의장국인 라오스 주최 갈라 만찬 자리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을 대신해 참석한 리영철 주라오스 북한 대사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지만 리 대사는 시종일관 정면을 바라보며 반응하지 않았다.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역내 다자안보협의체인 ARF에서 북한과 러시아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적으로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인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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