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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에세이] 의사시험 거부, 다들 예상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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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26일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문이 닫혀있다.

의과대학 졸업(예정)생들의 의사 국가시험 거부는 의외도, 이변도 아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6일 오후 6시 부로 접수 마감된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접수 인원은 총 364명으로 집계됐다. 응시대상의 약 11%다.

여기에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의대생들에게 ‘그래도 된다’는 확신을 심어준 게 정부다.

문제의 시작은 2020년이다. 당시 의료계는 2000명도 아닌 400명 증원에 반발해 총파업을 벌였다. 그때도 전공의들은 현장을 떠났고, 의대생들은 시험을 거부했다. 특히 의대생들은 정부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요구를 수용해 두 차례나 시험 접수·시험일을 연기했는데도 85.9%가 시험을 거부했다. 정부의 태도는 이때부터 굴종으로 변했다.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시험을 봐달라고 읍소하고, 해를 넘겨 2021년 1월 추가로 재응시 기회를 줬다. 정부는 의대생들을 절대적인 ‘갑’으로 만들어줬다. 그때 의대생들은 현재 전공의가 돼 갑질을 되풀이하고 있다.

당시 시험을 거부한 전공의들에게 정부가 굴욕적으로 재시험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그래서 의대생들의 면허 취득과 전공의 수련이 1년씩 늦어졌다면, 현재 의대생들이 이렇게 쉽게 집단행동을 벌이진 못했을 거다. 적어도 미래를 놓고 고민은 했을 거다. 하지만, 현재 의대생들의 시험 거부에선 고민이 읽히지 않는다. ‘우리가 이긴다’는 자신감만 보일 뿐이다.

4년 전처럼 정부가 또 의대생들에게 무한한 재시험을 보장한다면 그들은 수년 뒤 전공의, 십수 년 뒤 전문의가 돼 각자의 자리에서 또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다. 그들은 늘 그랬다.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의대생·전공의들의 말처럼 그들의 시험 거부와 수련병원 무단이탈은 개인의 선택이다. 선택의 결과는 선택의 방향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결과가 다르지 않다면, 선택은 개인에게 가장 이기적인, 사회에 가장 비용이 큰 방향으로 이뤄질 거다.

무엇보다 올해는 4년 전과 상황이 다르다. 올해 임용을 포기한 인턴이 쌓여있다. 내년 전공의 모집 때 지원자 풀이 부족하진 않다. 인턴들이 현장에 복귀해 정원이 찬다면 굳이 의대생들에게 ‘제발 시험을 봐달라’ 읍소할 필요가 없다. 인턴들이 현장에 복귀하지 않아도 상황은 달라질 것 없다. 그들과 이해관계가 같은 신규 의사들도 전공의 모집에 지원하지 않을 테니. 결국, 신규 의사가 얼마나 배출되든, 결과는 전공의 공백이 해소되거나 계속되거나 둘 중 하나다.

이를 고려하면 정부의 선택지는 의외로 단순해진다. 수가체계 개편과 재정지원을 통해 종합·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을 앞당기면 된다. 또 의대 증원으로 늘어날 의사인력을 필수·지역의료 확충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수련체계를 잘 정비하면 된다.

이제는 현실을 봐야 한다. 지난 5개월간 정부가 쓸 카드는 다 썼지만, 의대생·전공의들은 호응하지 않았다. 그들의 마음을 돌릴 방법은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백지화, 그리고 굴욕적 사과뿐이다. 이렇게 할 게 아니라면, 원칙대로 가야 한다. 정부가 공언한 것처럼.

이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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