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법안을 심사하는 국회 상임위원회가 희화화 되고 있다. 민생이 아닌 감정 배출구로 전락했다고 정치권은 비판한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일부 강경파 상임위원장은 독단적인 운영 논란에 휩싸였다. 대표적으로 법제사법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다.
민주당 4선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지난달 25일 방송4법 상정에 항의하는 재선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에게 “국회법 공부 좀 하고 오세요”라며 호통을 쳤다. 정 위원장은 같은 달 21일 해병대원 입법 청문회에선 증인의 답변 거부와 태도를 문제 삼아 10분 간 퇴장 명령을 반복했다.
반발하던 국민의힘 의원들도 “존경하고 싶은 정 위원장님”이라고 맞불을 놓으며 갈등은 더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 재선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24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사진행 발언 하실 분을 파악하겠다. 둘 중에 가위바위보를 하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에겐 귓속말로 “본인과 싸우려고 하면 안 된다”고 속삭이며 기싸움을 벌였다.
최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사흘 째인 전날엔 이 후보자를 향해 “뇌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격분하며 수 차례 사과를 요구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이번 국회에서 상임위 운영을 단단히 준비했다. 21대 국회에선 ‘본회의 수문장’으로 통하는 법사위를 포함해 주요 상임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아 민주당의 중점 추진 법안이 번번이 가로 막혔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도 환호하고 있다. 이재명 전 대표의 팬 카페 ‘재명이네 마을’엔 “아침에 모든 세포에 활력을 불어넣는 정청래의 속 시원한 말” “법사위 정청래 잘한다” “역시 정청래 멋있다” “내가 뽑은 국회의원 효능감에 감동 정청래 최고” “최민희 의원 진짜 최고 저런 깡을 원했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원활한 진행을 위한 통상적인 제재가 아니라 과도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실제 대한민국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엔 “국회가 갖춰야 할 품위를 잊고 법사위를 파행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취지로 정 위원장에 대한 해임 요청 청원도 올라왔다. 이미 법사위 회부 요건인 5만 명을 훨씬 넘었다.
여야 극한 대치로 인해 협치는 더 어렵게 됐다. 야당은 의석 수를 무기로 역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 무력화하는 게 사실상 일상화 됐다. 대결 정치가 심화된 탓에 막말이 난무하게 됐다고 정치권은 분석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뉴스1에 “우리 정치는 내전 상태”라며 “여야 극한 대치가 불러온 참극”이라고 평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최대한 객관성과 중립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해야 한다”며 “상임위 전체회의를 진행하는 사회자로서의 권위도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바람직하지 못 하다”며 “서로 존중하고 관용의 정신으로 대하며 자제를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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