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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부장(52)은 고질병처럼 달고 사는 허리 통증이 점점 심해져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허리 건강에 좋다는 쿠션을 수차례 구입해 사용해봤고 온갖 종류의 방석도 써봤다. 하지만 퇴근할 무렵 밀려오는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 증상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기업에서 직원들에게 명품 사무용 의자를 지원했다는 소식을 뉴스로 접한 박 부장. 허리 통증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탓일까. 예전 같으면 사무실에서만 사용할 의자에 거금을 지출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겠지만 의자를 바꾸면 통증이 사라질까 하는 기대감에 사로잡혔다. 고민하던 박 부장은 퇴근길에 당장 의자를 구입하러 근처 백화점을 방문하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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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은 장비빨’이라는 말이 있다. 사용하는 도구, 보조용품 등의 품질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온종일 사무실에 앉아 근무하는 직장인들은 업무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허리 쿠션, 발 받침대, 목 베개 등 다양한 사무용품들을 구비해 놓곤 한다. 최근에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1개에 수백 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사무용 의자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의자계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한 해외 브랜드의 의자는 최근 진행한 예약 판매 기획전에서 시작 20분 만에 2억 원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체공학적인 기술이 접목된 ‘시팅테크(Sitting+Tech) 의자’라는 신조어도 등장했을 정도다. 직장인들이 프리미엄 의자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대변화와 더불어 기술이 진화하고 생활방식도 급변하는 추세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건강 문제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중 ‘의자병(Sitting Disease)’은 현대인들이 겪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로 유발되는 질환들을 의자병으로 통칭했다. 특히 앉은 자세는 선 자세보다 허리에 약 1.5배 높은 압력을 가하기 때문에 ‘허리디스크’ 발병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착좌감이 편하고 척추를 안정적으로 지지하는 명품 의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허리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에 있는 디스크(추간판)가 손상돼 주변 신경을 압박하며 발생하는 척추질환이다. 신경을 누르기에 허리 통증 뿐 아니라 엉덩이와 다리에 걸친 하지방사통이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초기 단계에 휴식을 취하면 증상이 나아지기도 하다 보니 제 때 치료하지 않은 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증상이 일주일 이상 지속된다면 전문적인 진료에 나서야 한다.
조기 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치료 시기가 늦어질수록 디스크 손상이 악화되고 치료 예후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하지가 마비될 정도의 중증으로 악화하기 전에는 비수술치료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한의학에서는 추나요법, 침·약침치료, 한약 처방 등을 병행하는 한방통합치료를 통해 허리디스크를 치료한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비정상적으로 틀어진 척추 및 주변 조직을 직접 밀고 당겨 척추를 비롯한 신체 전반의 균형을 바로잡는 수기요법이다. 디스크의 압력을 줄이고 척추 기능의 개선에 도움을 준다. 침 치료는 허리 근육을 풀고 혈액순환을 촉진하며, 한약재의 유효한 성분을 경혈에 주입하는 약침치료는 염증과 통증을 빠르게 가라앉힌다. 세부 증상과 체질에 맞는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척추와 디스크에 영양을 공급해 치료 효과를 높이면서 재발률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한방치료의 대표적인 치료법인 침 치료는 그동안 여러 연구를 통해 치료 효과에 대한 근거를 쌓아왔다. 자생한방병원 연구팀이 SCI(E)급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침 치료는 허리 통증 감소와 함께 척추 손상의 악화를 방지하는 효과를 보였다. 침치료를 받은 환자 13만8207명과 받지 않은 대조군 14만3632명을 비교·분석한 결과 침치료를 받은 환자의 척추질환 수술 위험이 36%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70대는 수술 위험이 50% 이상까지 떨어졌다.
의자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평소 허리 건강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좋다. 업무 특성상 앉아 있는 시간이 길다면 주기적으로 일어나 충분한 스트레칭을 하길 권한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짧게 산책을 다녀오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이는 경직된 허리를 이완하고 신체의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좋은 의자를 사용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사무실 ‘필수템’은 건강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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