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병찬 박기현 기자 = 야당이 추진하는 ‘방송4법’을 저지하기 위한 여당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결시킨 후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지난 25일 신청해 시작한 필리버스터는 어느덧 54시간을 넘겼다. 국민의힘이 지난 25일 본회의에 상정된 방통위법 개정안을 저지하기 위해 대응한 1차 필리버스터(24시간 9분)와 이날 방송법 저지를 위한 2차 필리버스터(30시간 20분)를 더하면 1·2차 합계 총 54시간 27분 동안 진행됐다.
전날(27일) 오후부터 찬성 토론을 진행한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새벽 10시간의 발언을 마쳤다. 박 의원은 “무제한토론이 들어오면 무제한토론을 받아 이겨내겠다. 반대토론자들에게 우리의 공간을 쉽사리 내주지 않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거부권을 행사하면 또 내고 또 거부권을 행사하면 또 내겠다”며 “윤 대통령은 기록을 세워보라. 거부권 기록은 당신의 퇴진 속도와 같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박 의원의 토론 과정에서 여야는 날 선 발언을 주고받기도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박 의원의 찬성토론을 잠시 중단시킨 후 “필리버스터를 국민의힘 의원들이 제기하셨는데 (국민의힘 의원이 본회의장에) 아무도 안 계신 건 매우 유감스럽다. 그렇게 하실 것이었다면 필리버스터 제기를 하지 마셨어야 한다”고 발언한 게 발단이 됐다.
이에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이 장내로 들어와 “(민주당 측 의원들이) 방송장악 4법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법과 무관한 이야기를 하거나 국민의힘 의원들을 모욕하는 발언을 이어갔다”며 “의원에 대한 호칭도 하지 않고 발언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우 의장이 “토론을 계속하라”고 제지했지만 “가치 있는 얘기를 하라”는 국민의힘 측 목소리에 박 의원은 “여러분들이 얘기하는 싸구려 좌파다 뭐다 어쩌고저쩌고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도 있는 얘기를 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시끄럽다”고 말하며 양측간 갈등이 고조됐다. 박 의원은 “시끄럽다니. 내가 말하고 있는데”라며 분노를 나타냈다.
2차 필리버스터는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첫 주자로 나섰고 이후 이훈기 민주당 의원,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 전종덕 진보당 의원,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 등이 차례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여당은 “공영방송의 문제는 KBS 이사진 수를 몇 명 더 늘리느냐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신동욱), “이 법이 통과되면 국민의 알 권리가 더욱 침해받고 특정 진영에만 유리한 방향으로 뉴스가 왜곡된다”(진종오), “문재인 정권에서는 이 법은 아예 다루지도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부동산 3법 얼마든 통과시킬 수 있었듯, 이 법을 통과시킬 수 있었는데 전혀 통과시키지 않았다”(정연욱)고 주장했다.
야당은 “공영방송의 지배 구조를 개선해서 방송을 정치적 후견주의에서 떼어내는 게 목적”(이훈기), “윤석열 정부의 언론 탄압과 장악이 본격화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방송3법으로 언론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킬 수 있는 골든타임”(전종덕)이라고 맞받았다.
민주당 등 야권은 이날 새벽 1시쯤 2차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결하고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해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그 직후 우 의장은 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법) 개정안을 상정하자 국민의힘은 즉시 무제한 토론을 신청해 3차 필리버스터가 시작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방문진법에 대한 3차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후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상정될 때도 4차 필리버스터를 통해 저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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