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안=뉴스1) 노민호 기자 = 최선희 북한 외무상 대신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리영철 주라오스 북한대사가 작정하고 한국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리 대사는 27일 비엔티안의 내셔널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NCC로 들어서며, 미리 기다리고 있던 국내 취재진과 만났다.
리 대사는 ‘한국 외교부 장관의 악수를 왜 거부했는지’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리일규 참사의 한국 망명’ ‘오물풍선 대남살포’ 등에 대한 쏟아지는 질문에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리 대사는 전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갈라만찬장에 들어서면서도 취재진의 질문에 굳게 입을 닫았다.
특히 리 대사는 같은 장소에 있던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직접 찾아가 리 대사의 팔에 손을 얹으며 말을 거는 등 두 차례 대화를 시도했지만, 뒷짐을 지고 정면만을 응시하기도 했다.
리 대사는 이후 본인에게 배정된 만찬장 좌석에 앉아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게 우리 취재진에 포착되기도 했다. 굳이 만찬장에서 전화통화를 하는 건 자주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일부 지적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 윗선의 별도 지시를 받은 게 분명하다”라며 “우리는 그간 여러 차례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는 입장을 피력지만, 북한은 리 대사의 행동처럼 지금까지 응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2022년 캄보디아에서 열린 ARF 회의 때는 한국과 짧게 인사 정도는 나눴다. 박진 당시 외교부 장관이 안광일 주아세안 대사에게 “남북 간 대화가 필요하다”라는 입장을 전했고, 안 대사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안 대사는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회의 때도 박 장관과 조우했고 당시 ‘미사일 발사 중단’ 등의 요구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박 장관의 발언을 듣기는 했다.
아울러 리 대사는 이번에 다른 국가 인사와는 소통했다. 그는 이날 ARF 회의장에서 옆자리에 있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2~3분간 대화를 나눴다.
리 대사가 취재진이 회담장에 몰려 있다는 걸 인지한 상황에서 ‘북중 소통을 의식한 연출’이라는 분석도 가능해 보인다.
리 대사는 이번 ARF에 최 외무상 대신 참석했기 때문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이지, 평소에 관심의 대상이 됐던 인물은 아니다.
리 대사는 2018년부터 라오스에 주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사실상 알려진 정보도 전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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