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민주당 대선후보로 출마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4년 전 ‘경찰 예산 삭감’ 운동에 지지 의사를 표명한 사실이 뒤늦게 도마에 올랐다.
자칫 ‘범죄에 유약하다’는 인식을 낳아,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을 각각 ‘범죄자’ 대 ‘검사’ 구도로 만들려던 민주당 선거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미국 CNN 방송은 26일(현지시간) 해리스 부통령이 연방 상원의원 시절이던 2020년 6월 뉴욕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시 한창이던 경찰 예산 삭감 운동에 대해 “예산이 올바른 우선순위를 반영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이런 관점에서 “이 운동은 올바르다”고 말했다.
이어 “각 도시들이 경찰은 군사화하면서도 공립학교에는 자금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주택·의료와 같은 지역사회 서비스 대신 경찰에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며 “경찰이 많다고 해서 공공 안전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해당 발언은 한 달 전 미니애폴리스 경찰관이 위조지폐 사용 혐의로 신고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무릎으로 목을 눌러 숨지게 해, 경찰 개혁 요구가 분출하던 때 나온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발언 하루 전 인터뷰에선 에릭 가세티 당시 로스앤젤레스 시장이 경찰 예산 1억5000만 달러를 삭감해 지역사회 서비스 예산으로 돌린 결정에도 찬사를 보냈다. 부통령은 두 달 뒤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지목돼 이듬해 백악관에 입성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그간 자신이 경찰 예산 삭감을 지지했다는 사실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로스앤젤레스를 비롯 뉴욕·시카고 등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도시들이 경찰 예산을 삭감했지만, 강력 범죄율이 증가하면서 2021년 다시 관련 예산을 늘렸기 때문이다.
당시 여론도 좋지 못했다. 2020년 6월 폴리티코·모닝컨설트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60%는 경찰 개혁을 지지했지만, 예산 삭감은 29%만 지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바이든 대통령도 2020년 대선 선거운동 내내 경찰 예산 삭감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1990년 캘리포니아주 검사로 임용돼 2017년 연방상원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하기 전 6년간 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을 지냈다.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으로서 사형제도를 찬성하고 마리화나 합법화를 위한 주민 투표에 반대했으며 총격 범죄에 대한 보석금 상향을 추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처럼 범죄 소탕 현장 최일선에 있었던 자신의 경력을 십분 활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후보에서 내려온 다음 날인 지난 22일 델라웨어주 월밍턴의 민주당 선거 캠페인 본부에서 대선 출사표를 던지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사기꾼’으로 규정했다.
회계장부를 조작해 회삿돈으로 ‘성추문 입막음 돈’을 건넸다는 의혹으로 형사재판에 넘겨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뉴욕 맨해튼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유죄평결을 받은 점을 정조준한 것이다. 이 외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3건의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상태다.
그러나 이날 CNN은 해리스 부통령이 경찰 예산 삭감 운동에 동참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조명돼 “사법 리스크에 직면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결에서 범죄에 강경한 검사임을 부각하려는 전략이 복잡해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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