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반포대교 우측 한강변을 끼고 있는 ‘신반포2차’ 아파트입니다. 평당 1억원이 넘는 초고가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에서 차기 대장주로 불릴 정도로 재건축 기대감이 매우 높은 곳입니다. 부지는 가로로 길게 쭉 뻗은 형태로, 재건축 후 전체 가구 중 80% 이상이 한강 조망이 가능합니다.
현재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최고 49층 아파트를 짓는 재건축을 추진 중인데요. 노른자 입지로 꼽히는 이 단지에서도 조합원이 수억원의 재건축의 부담금을 내게 됐습니다. 재건축 후에 지금과 비슷한 면적의 주택을 분양 받으려면 적어도 4억원 이상을 내야 합니다.
■ ‘알짜 중의 알짜’ 신반포2차는 어떤 단지?
1978년 준공한 신반포2차는 최고 12층, 13개동, 1572가구 규모입니다. 현재 최고층은 12층, 용적률은 199%입니다. 반포대교를 사이에 두고 래미안 원베일리 아파트를 마주 보고 있고, 지하철 3·7·9호선이 통과하는 고속터미널역과도 가깝습니다. 평형은 68㎡(이하 전용면적)부터 150㎡까지 다양합니다.
23년 전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현재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으로 최고 49층 아파트, 2057가구 규모로 재건축을 추진 중입니다. 조합원 추정 비례율은 75.33%입니다. 현재 아파트 가치가 추정 시세 대비 75% 선에서 인정받게 된 건데요.
일반적으로 비례율 100%를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사업성이 좋다고 평가합니다. 신반포 2차는 최근 공사비 인상과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사업성이 떨어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 전용 107㎡ 보유자, 비슷한 크기 집 가려면 7억 부담
가구 수가 가장 많은 107㎡을 보유한 조합원이 국민평형인 84㎡ 아파트를 받을 경우에는 분담금으로 2억원을 부담해야 합니다. 집 면적을 줄이더라도, 새 아파트를 받는 대가로 돈을 내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 집과 유사한 105㎡를 배정받을 경우 추정 분담금은 7억400만원입니다. 3000만원 이상 돌려받는 경우도 있는데요. 107㎡에서 65㎡로 집을 반 가까이 줄여야만 가능합니다.
107㎡ 다음으로 가구 수가 많은 68㎡ 보유자는 비슷한 면적인 65㎡로 옮기는 데도 4억6100만원을 부담해야 합니다. 집 크기를 늘릴 경우에는 부담이 배로 늘어납니다. 68㎡ 보유자가 국민평형인 84㎡를 받을 때 추정 분담금은 10억2900만원입니다.
실제로 수억원 분담금 고지서는 반포동 대단지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일입니다. 이 단지와 고속버스터미널 사이에 위치한 ‘르엘반포’의 경우 비슷한 평형으로 갈 경우 층에 따라 5000만원에서 1억원을 부담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2차 주민 A씨는 “살던 집과 비슷한 평형으로 가는 데도 수억원을 부담해야 한다”며 “분담금이 예상보다 많이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래도 재건축 사업을 이미 시작했지 않나”라며 “분담금이 더 늘지 않게 빨리 사업을 하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 “사업성 뚝”… 5000가구 재건축도 공사비 올린다
이렇게 억대 분담금 나온 이유는 아파트 공사비가 올랐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공사비는 건설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나날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인근 재건축 단지인 신반포22차는 3.3㎡ 당 공사비로 1300만원을 책정했습니다. 기존 569만원에서 2배 이상 올랐습니다.
신반포2차는 신반포22차보다 가구 수가 많고, 입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데요. 자재비가 오른 데다, 고급화를 추구하고 있어 공사비를 크게 낮추기는 어렵습니다. 이 단지 1평(3.3㎡) 당 공사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1000만원이 훌쩍 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디에이치 클래스트’로 바뀌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총 5002가구로, 신반포2차보다 가구 수가 훨씬 많은데도 현대건설로부터 공사비 증액 요구를 받았습니다. 올해 초 현대건설은 2019년 5월 책정된 총 공사비 2조 6363억 원을 4조 775억 원으로 올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3.3㎡당 금액으로 환산하면 548만 원에서 50% 이상 오른 829만원입니다.
게다가 신반포2차는 일반분양 물량도 적습니다. 임대주택을 빼고 일반분양 물량으로 나오는 건 225가구에 불과합니다. 신반포2차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받기 때문에 분양가가 시세보다 훨씬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의 경우 지난 1월 분양가가 평당 6705만원으로 역대 최고가였으나 시세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강남권에서 조합원이 억대 분담금을 부담해야 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늘어난 공사비를 일반분양 수입으로 메워야 합니다. 강남권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재건축을 더욱 진행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떨어지면서 상환 부담이 줄었고, 종합부동산세 완화 기대감까지 나오면서 고가 아파트를 향한 수요 더욱 커지고 있는데요. 부동산 양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재건축 시장에서는 이미 초양극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 “원베일리, 그 이상!”…2달만에 6억 ‘껑충’
억대 분담금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기대감에 집값은 치솟고 있습니다. 신반포2차 단지 360가구로 가장 가구수가 많은 107㎡는 지난 6월 한 달간 5채가 팔렸습니다. 지난달 11층이 40억원에 팔리면서 역대 최고가 기록을 세웠습니다. 137㎡은 지난 4월 40억1000만원에 팔렸는데, 지난달에는 46억5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불과 두 달만에 6억원 넘게 뛰었습니다.
입주 후 ‘래미안 원베일리’ ‘래미안 원펜타스’ 등 고가 아파트 가격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재건축 기대감이 가격에 반영됐습니다.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짙어지면서 반포 최상급지로 넘어오는 이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서울 서초구 강철수공인중개사무소 대표 강철수씨는 “잠실이나 목동, 마포, 용산에서 처분하고 교체 매매로 들어오는 분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이어 “최상급지로 불리는 압구정보다 반포 일대 생활 인프라가 좋다고 본다”며 “압구정에는 고가제품을 파는 백화점만 있지만, 반포의 경우 백화점부터 지하상가까지 상권이 다양한 데다, 용산·광화문 접근성이 좋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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