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기타를 배운 지 1년 반 만에 한 곡을 어찌저찌 끝까지 쳐냈다는 기쁨도 잠시. 기타 선생님은 내가 연습 중인 영화 <머니볼> OST ‘더 쇼’ 도입부에 맞는 주법을 새로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름하여 스타카토.
기타에서 스타카토 주법은 왼손과 오른손의 뮤트를 복합적으로 이용한다. 줄을 칠 때 코드를 잡은 손에 힘을 주어 줄을 눌렀다가 다시 힘을 뻬고 묵음으로 비트를 표현하는 게 포인트다. 그런데 나는 손가락 힘이 부족해 코드를 잡아 소리를 낼 때와 묵음을 표현할 때가 거의 구분되지 않았다. 각각의 손끝에 힘을 주며 애쓰다 보니 리듬도 어긋나기 일쑤였고 금세 쥐가 났다.
왼손으로는 두 현을 눌렀다 놨다 하면서 오른손으로는 해당 줄을 치는 동시에 치는 타이밍을 맞추기도 힘들었다. 심지어 오른손은 두 줄을 한번에 쳐야 하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걸핏하면 오른손이든 왼손이든 꼬여버렸다. 이러니 스타카토는 너무나 어려운 미션이다.
그래도 어설프게나마 기타 선생님을 따라 스타카토 주법으로 ‘더 쇼’ 도입부를 쳐보니 확실히 곡이 뭔가 더 있어 보였다. 이 곡을 마스터하려면 또 어떤 주법을 더 배워야 하나. 모를 일이다.
이제 겨우 한 곡, 그것도 단순한 리듬 하나로 겨우 쳐내는 내가 벌써부터 할 말은 아니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기타가 어렵다. 단순한 곡 하나를 연주하는데도 코드를 익히고, 주법을 배우고, 거기에 느낌까지 담아야 한다.
따지고 보면 세상 많은 일이 알면 알수록, 하면 할수록 어렵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북에디터 일만 해도 그렇다. 일을 시작하고 5년 차쯤엔 제법 일이 수월하게 느껴졌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 좀 하는데?’ 싶을 때도 많았다. 그런데 19년 차가 된 지금, 하면 할수록 어렵다. 단순히 일에 대한 스킬은 늘었을지언정 연차가 적을 땐 미처 보지 못했던 미흡한 부분이 스스로 눈에도 들어오는 탓이다.
이제 기타 좀 배웠다고 혼자 연습을 하다가도 소리가 고르지 않으면 ‘이게 아닌데’ 하며 갸웃한다. 기타를 배운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아예 인지조차 못 했던 일이다. 아직도 몇 마디 연주가 이어지면 어떤 코드에서 몇 번째 줄이 소리가 잘 나지 않았는지 깨닫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도 각각 코드를 따로 끊어서 칠 때면 몇 번 줄이 제대로 소리가 나지 않았는지는 안다. C코드 하나만 가지고도 제대로 된 소리를 내보겠다며 수십 번 치는 일도 많다.
리듬 연습할 때도 마찬가지다. 일단 잡은 코드가 제대로 소리가 나는지 확인한 후에 리듬으로 넘어가야 한다. 기타 선생님이 늘 강조하는 부분이다. 선생님이 일러준 리듬을 얼추 흉내 낸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리듬 신경 쓰기 바쁜데 소리도 신경 써야 하니, 어렵기가 끝이 없다.
하나를 배우면 그다음이 기다리고 있고, 새로운 하나를 배우면서도 이전 것을 계속 신경 써야 한다. 그 모든 것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불협화음을 이제는 귀로 조금씩 느끼고 있다.
그런데 이래서야 가을에 ‘더 쇼’를 그럴듯하게 연주할 수 있을까?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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