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감소에도 하이브리드 앞세워 사상 최대 매출‧영업익
“하반기에도 사업계획 상회하는 수익성 유지 자신”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2분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 시장 여건 악화 속에서도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두 회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8조원에 육박(7조9228억원)했다.
수익성이 높은 하이브리드 차종으로 전기차 판매 감소를 메웠고, 판매 볼륨보다는 수익성을 중심에 두는 전략으로 영업이익을 끌어올렸다. ‘좋은 차를 제 값 받고 팔아 많은 이익을 남기는’ 브랜드로 확실히 자리 잡은 모습이다.
기아는 26일 실적 컨퍼런스콜을 열고 2분기 79만5183대 판매, 연결기준 매출액 27조5679억원, 영업이익 3조643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판매는 1.6% 줄었으나 매출은 5.0%, 영업이익은 7.1% 각각 증가했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는 2분기 105만 7168대 판매, 연결기준 매출액 45조 206억원, 영업이익 4조 2791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판매는 0.2% 줄었으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6%, 0.7%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9.5%다.
현대차가 판매 감소폭은 더 작았고, 매출 증가율도 높았으나 결과적으로 동생인 기아가 장사를 더 잘 한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 증가폭은 기아가 월등했고, 영업이익률도 현대차를 압도했다. 기아의 영업이익률은 무려 13.2%에 달한다. 현대차도 9.5%의 영업이익률을 보였지만 기아에는 못 미쳤다.
다소의 차이가 있지만 두 회사 모두 판매는 줄었음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은 늘었다. 국내 시장 수요가 위축됐고, 중국에서의 부진도 이어진 데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캐즘에 빠지면서 판매 감소는 불가피했다. 이런 와중에 판매 감소를 완화하고 수익성을 끌어올린 일등공신은 하이브리드차였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전무는 전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가 수익성이 좋고, 하이브리드의 미국 침투율은 지속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2분기 경우 11% 수준에서 올해 2분기 15%까지 증가했다”며 “하이브리드 판매 증가세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내수, 유럽, 미국 등 대부분 권역에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수익성이 좋은 하이브리드차 비중은 전년 대비 2.4%포인트 증가한 11.6%를 기록했고, SUV도 1.6%포인트 증가한 58.4%를 나타내는 등 판매믹스 개선이 수익성에 기여했다”면서 “여기에 재료비 절감, 환율 효과까지 더해지며 높은 수준의 영업이익을 지속했다”고 말했다.
기아 역시 하이브리드차를 앞세워 수익을 끌어올렸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차 감소분을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로 메우는 방식으로 내수와 북미 물량이 어느 정도 채워졌다”고 말했다.
기아는 특히 캐즘 상황에서 무리하게 EV 생산체제 전환을 서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주 부사장은 “전기차 전용 브랜드와 달리 우리는 혼류 생산하는 브랜드”라면서 “전기차 수요가 줄어드는 상태에서 하이브리드로 대체하고 있는데, 우린 강력한 하이브리드 차종이라는 무기가 있고, 12~13%의 수익성을 보장해주는 하이브리드가 있는 상황에서 굳이 EV로 무리하게 대체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지만, 하반기에도 연초에 제시한 사업계획을 상회하는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승조 현대차 전무는 “어려운 시장 상황은 이미 사업계획에 반영돼있고, 오히려 미국에서의 선전, 우호적인 환율 등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미국 시장에 싼타페 하이브리드가 출시됐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하이브리드 판매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원자재 추이도 상반기보다는 떨어지는 속도가 조금 둔화될 것으로 예상은 되고 있지만 안정적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환율 또한 하반기에도 달러 강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수준에서 매출원가율은 크게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우정 기아 부사장도 “판매 권역별 전기차 캐즘 현상은 상반기와 비슷하겠지만, 수익성이 사업계획(영업이익률 11.9%)을 초과하는 추세는 변함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재료비에서 오는 효과가 상반기 대비 하반기에 조금 줄어들 수 있고, (노조와) 임단협에 따른 인건비 상승분, 금리 인하에 연동된 환율 절상 등도 수익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상반기의 (수익성)상승세는 하반기에도 이어가겠지만 그 정도는 상반기보다 다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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