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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2008년 출범 후 상임위원이 1명도 없는 초유의 사태를 맞으며 사실상 기능이 마비되면서 거대 야당의 탄핵소추 권한 남용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이 야당의 탄핵소추안 의결에 앞서 사퇴한 데 이어 이상인 위원장 직무대행 겸 부위원장마저 같은 이유로 26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방통위의 상임위원이 모두 공석이 돼 사실상 부처 기능이 중단됐다. 대통령실은 “방송뿐 아니라 정보기술(IT)·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방통위를 무력화시키려는 야당 행태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국회가 정쟁에만 몰두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방통위 상임위원이 ‘0명’이 된 것은 이날 이 직무대행이 자진 사퇴를 결정하면서 벌어졌다. 25일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이 직무대행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자진 사퇴를 통해 새로운 상임위원에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옳다고 판단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즉각 이 직무대행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이 직무대행은 대통령 몫으로 임명된 상임위원이어서 윤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없이 후임을 임명할 수 있다.
야당이 두 전임 위원장에 이어 이 전 직무대행에 대해서까지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문화방송(MBC) 경영진 교체를 저지하기 위해서다. 현재 방통위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신임 이사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야당은 새로운 방문진 이사진이 꾸려질 경우 기존 MBC 경영진을 해임하고 정권에 우호적인 인사를 교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방통위를 무력화시켜 방문진 이사 선임 절차를 중단시키기 위해 이 직무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한 것이다.
문제는 방통위 상임위원 부재로 인해 대부분의 업무가 중단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방통위는 다른 정부기관들과 다르게 합의제 행정기구인 까닭에 전체회의를 통해 각종 정책을 의결한다. 상임위원이 최소 의결 정족수 2인에 미달하면 정책 결정이 불가능하다.
방통위 업무 마비는 고스란히 방송·통신 업계와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방통위는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산업 육성과 글로벌 빅테크 규제,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한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방통위가 규제기구로서 최근 사이버레커부터 OTT발 유료방송 위기까지 현안이 산적하고 대응이 시급한 상황인데 자꾸 정쟁으로 흘러가면 국가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방통위를 정치적 쟁점화하지 말고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여당도 더불어민주당의 잇따른 방통위원장 탄핵 시도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야당이 추진하는 ‘방송 4법’과 방통위 부위원장 탄핵 시도 등 일련의 과정은 무도한 입법 폭거”라며 “특정 목적 달성을 위해 받아들여지지 않을 입법부의 행동을 반복해도 되냐”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앞서 민주당이 방통위원장 직무대행도 탄핵 대상에 포함하는 방통위법 개정안을 발의한 점을 거론하면서 “현행법상 부위원장은 탄핵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민주당도) 아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 간담회를 열고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당리당략 때문에 국가 행정 업무를 마비시키겠다는 민주당의 발상이 참으로 경악스럽다”고 직격했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입법 횡포도 모자라 국정을 뒤흔드는 마구잡이식 탄핵까지 시도 중”이라며 “법률상 명시적 규정도 없이 직무 대행자를 탄핵 소추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마음에 안 들면 검사, 판사, 장관에 이어 방통위원장까지 탄핵을 추진하더니 이제는 직무대행 탄핵까지 진행한다”며 “방통위원장 탄핵 남발과 직무대행 탄핵 시도의 이유는 공영방송 장악 의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게 없다며 ‘먹사니즘’을 외쳤지만 민주당은 민생과 아무 관계없는 막가파식 탄핵만 추진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탄핵 중독증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일갈했다.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공영방송 강탈 시도를 반드시 저지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를 향해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스스로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것”이라며 “만일 100% 부적격 인사인 이 후보 임명을 강행한다면 국회는 국민의 명령과 상식에 따른 합당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이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또다시 탄핵 추진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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